노키아-퀄컴, 3G 대권을 향한 노림수

노키아-퀄컴, 3G 대권을 향한 노림수

 

노키아(Nokia)와 퀄컴(Qualcomm)이 3일(현지 시각) 상호 라이선스 계약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통신업계는 두 업체의 합의 배경과 이해득실, 그리고 전세계 통신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번 상호 라이선스 계약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양사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생산 업체인 노키아나 CDMA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의 행보에 따라 세계 시장의 흐름이 좌우될 수도 있다.

이번 합의의 요지는 '노키아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주고 퀄컴의 CDMA 관련 원천기술을 계속 사용한다'는 것.

양사가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2년 노키아와 퀄컴은 ‘퀄컴 기술을 이용한 단말기에 대해 로열티를 지불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번 계약에서는 네트워크 설비를 구축할 경우에도 노키아는 퀄컴 측에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특히 퀄컴은 상호 라이선스 원칙에 따라 노키아의 W-CDMA 관련 특허까지 이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겉으로는 노키아가 퀄컴에게 무릎을 꿇고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노키아와 퀄컴 모두 철저하게 상호 이해득실을 따진 결과 이루어진 것이라는 게 통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표면적으로는 퀄컴에게 유리한 합의 같지만, 노키아 역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누가 손해보는 장사인가?

가트너 인더스트리 리서치(Gartner Industry ReSearch firm)의 무선 통신 담당 부사장인 밥 이건(Bob Egan)은 이번 합의에 대해 "두 회사 모두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당장 적지않은 로열티와 노키아의 W-CDMA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활용해 유럽 시장 공략을 노릴 수 있게 된 것.

퀄컴은 가장 많은 CDMA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유럽 중심의 3G 이동통신 기술인 W-CDMA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을 느껴왔으며 독자적인 3G 기술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메워 줄 수 있는 노키아라는 존재는 퀄컴으로서는 꼭 필요한 파트너인 것이다.

노키아 역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GSM 기술로 유럽을 석권하고 세계 1위의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업체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노키아 역시 W-CDMA 계획을 계속 추진하면서도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미국 상륙의 발판을 마련했다.

게다가 퀄컴의 CDMA2000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궁극적으로 노키아는 W-CDMA 기술로 전세계를 석권하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 미국은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인 것이다.

노키아의 결단과 야심

밥 이건 부사장은 이에 대해 "노키아 입장에서 이번 합의는 유럽 중심의 기반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외길이며, 그 길목에 퀄컴이 기다리고 서 있는 양상"으로 묘사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퀄컴보다는 노키아에게 유리한 면이 없지 않다. 노키아는 전세계 단말기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판매 업체이자 대량 구매 업체이다. 퀄컴에게 CDMA2000 관련 로열티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미국 및 아시아 시장 진출에만 성공한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 한 가치가 있다.

시장 상황 역시, 노키아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당장 많은 돈을 퍼붓는 한이 있더라도 3G 설비투자를 본격화하지 않으면 수익성 악화와 신용하락이라는 악재를 극복할 수 없게 되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2월 GSM 세계총회에서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확실한 시장 확보와 기술 지원이 가능한 계획이 있다면 어떤 계획도 환영할 것"이라는 노키아의 이동통신 담당 CTO인 유료 누보(Yrjo Neuvo)의 발표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추현우기자 fineappl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