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대법원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가운데 이 회장은 평소처럼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회장이 승계를 위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단순 승계가 아닌 합리적·사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또 검찰이 제출한 299개 핵심 증거에 대해서는 "1, 2심과 마찬가지로 위법하게 수집된 만큼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평소처럼 일한 李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서울 모처 삼성사업장에 출근해 현안 보고 등 평소와 다름 없는 업무를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이 회장이 지난 2월 2심까지 무죄 선고를 받은 후 사실상 글로벌 경영 행보와 기업 인수합병(M&A), 국내외 사업장 점검 등에 적극 나서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9~13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투자회사 '앨런&컴퍼니'가 주최한 고위 경영인 모임인 '선밸리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선밸리 컨퍼런스는 초청받은 기업인, 정치인, 투자가, 석학들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로 한국에선 이 회장이 유일하게 2000년대 초반부터 참석해왔다.
올해 선밸리 컨퍼런스 방문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약 9년만이다. 그동안은 재판 일정과 수감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2심 무죄 후 이 회장이 선밸리 컨퍼런스를 다녀온 걸 두고 글로벌 경영 무대에 복귀한 상징적인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3~4월에는 중국 베이징과 선전, 일본 도쿄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방문한 샤오미 전기차 공장은 자율제조 인공지능(AI)이 구현돼 근무 인력이 매우 적은 곳이다. 일본에서는 삼성과 오랜 인연을 맺어 온 재계 원로들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심 판결 이후에는 외부 일정을 잡는 데 제약이 없어져 미국·일본·중국을 모두 다녀왔다"며 "이번 무죄 판결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귀띔했다.
대법원 무죄 확정 후 삼성 변호인 측 입장은 나왔지만, 이 회장의 별도 임직원 메시지는 없는 상태다.
변호인 측은 "오늘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했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사회 복귀…기업 생존을 건 AI 경쟁 뛰어들 듯
이 회장이 조만간 이사회에 복귀하고, 삼성 내부의 AI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사내 이사(등기임원)가 됐지만, 국정농단 재판에 연루되며 2019년 10월 임기 만료 시점에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이사회에 복귀한다면 통상적으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가 보편적이지만, 삼성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연중에라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저마다 집중하고 있는 AI 대전환을 추진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는 물론 금융사들까지 AI가 각 사업에 적용돼 효율성을 높여야 향후 생존과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최근 참석한 선밸리 컨퍼런스의 핵심 주제도 'AI 전쟁'이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 패스트컴퍼니는 "올해 선밸리 컨퍼런스의 모든 회의를 AI가 관통했다. AI는 이제 '1000 파운드의 고릴라(1000-pound gorilla)'가 됐다"고 평가했다.
1000 파운드의 고릴라란, 무시할 수 없는 지나치게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존재라는 의미의 관용어다. 어떤 회의와 네트워킹 자리에서도 AI가 빠지지 않는 중심 이슈였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삼성에는 각 계열사나 부문마다 AI를 사업에 적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운영되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AI 대전환을 주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조직은 없는 실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AI가 중요한 건 모두 알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라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AI를 연구하는 조직의 경우 매출을 올리기 어려워 총수가 힘을 실어 주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과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실장은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의 재도약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헬스, 바이오 추가 M&A 예상
삼성의 다음 M&A 무대는 바이오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인적분할 후 신설될 에피스홀딩스가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사업장을 둘러봤다.
삼성은 2020년 바이오를 반도체, AI와 함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에는 향후 10년 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방침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디지털 헬스, 의료기기 분야에서 크고 작은 M&A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 삼성메디슨이 사들인 프랑스 초음파 이미지 분석 기업 '소니오' 등이 그 예다.
한편 이 회장의 무죄 소식에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가도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09% 오른 6만6700원에, 삼성물산은 1.65% 오른 18만44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58% 오른 107만원을, 삼성생명은 2.34% 오른 13만9800원을 기록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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