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 SK하이닉스 사장 "3D 적층 D램·HBF로 AI 메모리 병목 해결"

안현 SK하이닉스 사장 "3D 적층 D램·HBF로 AI 메모리 병목 해결"

AI 인프라 2030년까지 19배 확대 전망…메모리 수요 급증
GPU 위에 D램 직접 쌓는 3D 적층 기술로 대역폭 향상 추진
HBF, HBM 대비 10배 용량 목표…내년 1월 최종 규격 마련
젠슨 황 '제2의 달 탐사' 언급…"韓 반도체에 절호의 기회"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3차원(3D) 적층 D램과 고대역폭플래시(HBF)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CDO)은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기조연설에서 "AI가 이제 시작"이라며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AI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개발이나 표준화, 생산능력 확보는 수요가 형성되기 전부터 미리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 키노트 세션에서 'AI시대, 메모리 혁신의 방향을 묻다'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안 사장은 AI 추론 시장이 작업 복잡도와 컨텍스트 길이, 추론 요청량 등 세 가지 요인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요인이 서로 곱해지는 형태로 작용하면서 2030년 AI 인프라의 성능 규모가 올해 대비 약 19배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모델이 이전에 처리한 정보를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KV 캐시(Key-Value Cache)'의 용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HBM과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서로 다른 메모리 계층 사이의 데이터 이동이 새로운 성능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 사장은 "과거에는 연산기와 메모리 사이에서 병목이 발생했다면 이제는 메모리 계층 간 데이터 이동이 가장 중요한 병목"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개별 메모리의 성능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전체 메모리 구조를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 키노트 세션에서 'AI시대, 메모리 혁신의 방향을 묻다'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SK하이닉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3D 적층 D램(3D Stacked DRAM)'과 HBF를 제시했다.

3D 적층 D램은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 위에 D램을 직접 쌓는 기술이다. 기존 HBM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GPU 주변에 배치하는 방식이라면, 3D 적층 D램은 연산기 바로 위에 메모리를 올려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인다.

안 사장은 "GPU나 NPU 위에 바로 D램을 올리고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연결하면 엄청난 대역폭 증가와 전력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HBM보다 입출력(I/O) 수를 수십 배 늘려 데이터 전송 성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안 사장은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징 기술과 결합할 경우 새로운 AI 메모리 솔루션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HBF도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소개했다. HBF는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쌓고 TSV로 연결해 대용량과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HBF를 통해 동세대 HBM 대비 절반 수준의 대역폭과 약 10배의 용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BM과 D램 사이에 새로운 메모리 계층을 만들어 AI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 키노트 세션에서 'AI시대, 메모리 혁신의 방향을 묻다'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안 사장은 AI 추론 과정에서 데이터를 쓰는 작업보다 읽는 작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속도가 느리고 쓰기 내구성에 제약이 있지만, 반복적인 데이터 읽기가 중심인 AI 추론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HBF 표준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안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지난 7월 개방형컴퓨팅프로젝트(OCP)에 HBF 규격 초안인 '스펙 0.7'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최종 규격 마련을 추진한다.

기존 HBM 기술도 고도화한다. SK하이닉스는 다음 세대 제품인 HBM4E(7세대)까지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사의 AI 시스템에 최적화된 '커스텀(맞춤형) HBM'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안 사장은 "스탠더드(표준) HBM과 커스텀 HBM이 병행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커스텀 트렌드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여러 시스템이 메모리 자원을 공유하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 풀드 메모리와 기존 대비 입출력 처리 성능을 4~8배 높이는 '스토리지 넥스트(Storage-Next)'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 사장은 AI 산업의 성장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를 '제2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비유한 발언을 언급했다. 미국의 달 탐사 사업이 반도체 산업 발전에 미친 영향도 소개했다.

안 사장은 "미국이 1960년대 말 달나라에 사람을 보내는 일을 하고 나서 가장 수혜를 받은 기업은 인텔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어려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컴퓨팅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인텔과 미국의 여러 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촉발해 수십 년간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모리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는 데 다들 공감할 것"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에 절호의 찬스(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의 많은 기업들과 SK하이닉스가 각자의 자리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협업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AI 생태계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최하는 'SEDEX 2026'은 이날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기업 300개사가 참가하며, 총 888개 부스가 마련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사진=곽영래 기자(ra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