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미국과 중국, 일본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 움직임을 언급하며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의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 사장은 19일 오후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열린 '반도체 수출공급망 강화를 위한 상생 무역금융 협약식 및 기업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나 "점점 더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자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도 지금보다 생태계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곽 사장은 이날 행사 후 약 45분가량 김정관 산업통상부(산업부) 장관과 별도로 회동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자체 생산을 위한 '테라팹'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론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도 자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D램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역시 키옥시아와 라피더스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 회복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경쟁 속에서 SK하이닉스는 이날 산업부, 한국무역보험공사,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2조원 규모의 '수출공급망 강화보증' 협약을 체결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추고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단일 기업 기준 최대 규모다.
이날 진행된 기업 간담회에는 곽 사장과 김 장관을 비롯해 한양이엔지, 라온로보틱스, 에스이티, 퓨처젠 등 협력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SK하이닉스와 4대 은행은 1000억원을 출연하고 무역보험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2조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협력사들은 대출금 전액을 3년간 보증받을 수 있으며, 금리도 최대 2.5%포인트(P) 낮출 수 있다.
곽 사장은 이번 금융지원이 기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그동안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현재도 새로운 지원 방안을 추가로 발굴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협약이 협력사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 행사는 정말 뜻깊고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원과 함께 기술 검증 인프라도 구축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SK하이닉스가 총 8700억원을 투입하는 '트리니티 팹'이 대표적이다. 용인 1기 팹에 들어서는 이 시설은 소부장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실제 양산 환경에서 시험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곽 사장은 "내년에 오픈될 용인의 트리니티 팹은 자금 측면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훨씬 더 많은 협력사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가 훨씬 더 건강해지고 강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도 이날 기자와 만나 SK하이닉스의 상생협력을 "모범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앵커 기업들과 협력기업들이 같이하는 모델들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에 약 600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반도체 팹 4기를 건설한다. 약 31조원이 투입되는 1기 팹은 내년 2월 첫 클린룸(청정시설)을 열고 3월부터 주요 공정장비를 순차적으로 반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2기 팹에 35조2000억원을 투입해 내년 7월 착공하기로 했다. 팹 4기 전체 완공 목표도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겼다.
인근 삼성전자도 약 360조원을 투자해 팹 6기를 짓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하고 2028년 첫 팹 착공을 추진한다. 첫 가동 목표는 기존 2030년 하반기에서 2029년 10월로 약 1년 앞당겼다.
/용인=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