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확산하는 가운데 보험 가입과 해지, 보험금 청구까지 소비자를 대신할 경우 보험사의 수익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가 기존 계약을 수시로 재점검하면서 보험 갈아타기와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은 25일 '소비자를 대리하는 AI 에이전트 확산과 과제' 보고서에서 "범용 에이전트가 보험 계약을 수시로 점검·전환을 대행하면 소비자의 무관심과 전환 절차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발생하던 보험회사 수익은 축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범용 소비자 대리 에이전트는 금융업 인허가와 무관하게 주로 소비자의 계정과 화면을 통해 금융회사에 접속하는 에이전트다.
보험 가입·해지까지 대행할 수 있으나 판매 규제의 적용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보험의 경우 견적 조회부터 가입까지 이어서 실행할 수 있어 비교·추천에 그치는 현행 플랫폼 서비스보다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기 쉽다.

메타(Meta)가 지난 9월 출시한 AI 에이전트 뮤즈(Muse)는 출시 2주 만에 다운로드 수가 230만~43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소비자가 뮤즈를 이용해 자동차보험료나 구독료 등을 절감하였다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조영현 연구위원은 "범용 에이전트는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료와 보장 내용을 비교할 때 발생하는 탐색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자동차보험이나 여행자보험처럼 표준화된 상품을 중심으로 비교와 전환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보험에서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보험은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만큼 AI가 갱신 시점마다 보험료를 비교해 더 유리한 상품으로 전환하면 기존 보험사가 고객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의 재가입을 기대하며 유지해 온 수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보험은 해지 후 재가입 시 해약환급금 손실, 보험료 상승, 인수 제한이 따르므로 전환 가능성이 크지는 않으나 중복 보장을 정리하거나 해지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커지는 시점에는 계약 해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조 연구위원은 "범용 에이전트가 보험금 청구를 대신하면 잘 청구되지 않던 소액 보험금까지 청구되면서 청구율과 손해율이 상승할 수 있다"며 "소비자 계정으로 청구·해지를 대행하면 보험회사는 정당한 대리와 명의도용을 구분하기 어려워 무권한 거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용 에이전트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보험 모집 행위 규제 적용 여부 △보장 조건·법정 고지사항 등 설명의무 기준 △부정 사용에 따른 소비자 부담 등이 있다.
조 연구위원은 "범용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지시를 수행하는 도구이면서 운영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여서 이용자 지시 수행과 중개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은 운영사의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고 구속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용 에이전트에 대한 설명을 소비자에 대한 설명 이행으로 간주하면 보장 조건과 법정 고지사항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며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은 소비자가 고른 범용 에이전트 오류 책임을 다루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범용 에이전트는 소비자 계정으로 로그인해 화면을 조작하므로 오작동은 이용자 본인 거래로 귀속될 수 있고 이때 부정 사용 피해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범용 에이전트의 상시 재비교에 대비해 해지·청구 행태의 변화를 해지율·손해율 관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납 종신보험의 보너스 지급 시점처럼 해지 유인이 큰 시점에 에이전트가 해지를 일괄 실행하면 해지가 몰릴 수 있어 별도 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보험회사가 공식 보험료 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회와 모집의 경계·에이전트 공통 요건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계열 보험회사·대리점이 있는 운영사에 대해서는 수수료 한도·공시와 알고리즘 사전 검증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