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미분양 부담까지…'벼랑 끝' 중견·중소 건설사

공사비 급등에 미분양 부담까지…'벼랑 끝' 중견·중소 건설사

건설공사비지수 1년 새 6% 상승…철근 가격도 두 자릿수 올라
CBSI 73.2·미분양 6만9134가구…원가 부담에 자금난 심화
상반기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378건 역대 최대…한계기업도 증가

지방 아파트는 미분양 숙제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공사비 급등과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대형사에 비해 자금 조달 여력이 취약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한계 수위로 치닫고 있다.

공사비 상승은 일선 시공 현장의 수익성을 가장 먼저 무너뜨렸다. 2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 이는 자재비와 인건비 등 직접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1년 새 크게 불어나 기업의 마진 구조를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핵심 자재 가격의 가파른 오름세가 위협적이다. 같은 기간 일반철근 생산자물가는 11.5%, 시장가격지수는 18.3% 급등하며 골조 등 기초 공정 단계부터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치솟은 원가로 인해 시공 부담이 커진 데다 발주 물량마저 줄어들자 업계의 체감 경기는 급랭했다. 지난 9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3.2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건설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업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침체된 분양 경기가 자금 회수의 숨통을 틀어막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134가구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2521가구(약 3.8%) 증가했다. 팔리지 않은 주택이 쌓이면서 공사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현금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붙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사 원가 급등과 미분양 누적에 따른 자금 경색이 맞물리자 시공 현장에서는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집계 결과 2026년 상반기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는 378건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문을 닫은 업체 대다수는 위기 대응 체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로 파악됐다.

영업활동으로 최소한의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 기업도 가파르게 늘었다. 번 돈(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 한계기업은 2021년 62곳에서 2025년 173곳으로 약 2.8배 급증했다.

해외 사업이나 도시정비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와 우수한 신용도를 앞세워 버티는 대형사와 달리 지역 주택 도급 사업 의존도가 높고 추가 대출길마저 막힌 중견·중소 건설사에 악재가 집중되면서 건설업계 내 양극화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비와 인건비가 동시에 뛰어 공사를 수주해도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데다 분양마저 차질을 빚어 공사비 회수가 막혔다"며 "자체 유동성으로 버틸 체력이 없는 중견·중소 업체들로선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