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의 제조 경쟁이 로봇으로 확장되고 있다. 도요타는 그룹과 공급업체의 공장 자동화를 확대하고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현장 투입과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작업 데이터와 부품 공급망을 로봇 상용화에 활용하는 경쟁이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자사와 그룹사, 주요 공급업체의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로봇 규모를 약 40만대로 추산했다. 휴머노이드와 비휴머노이드를 아우르는 수치로, 기존 장비 교체와 신규 설치 수요를 포함한다. 산업용 로봇부터 자동화 물류, 사람과 로봇의 협업까지 생산시설 전반을 고도화하는 구상이다.
도요타는 이 같은 공장 현대화에 2028년부터 연간 약 1조엔이 필요할 수 있다는 추산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위한 상업 계약도 맺었다. 도요타 캐나다 생산법인은 올해 2월 아질리티로보틱스와 서비스형 로봇(RaaS) 계약을 체결했다. 시험 운영을 거친 휴머노이드 '디짓'을 제조·공급망·물류 업무에 활용하는 내용이다. 반복적이고 신체 부담이 큰 작업을 중심으로 적용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공정 투입과 양산 체계 구축을 함께 추진한다.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부품 서열 작업부터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부터 부품 조립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부품 서열 작업은 자동차 생산 순서에 맞춰 부품을 배열하는 공정이다.
그룹이 계획하는 글로벌 공장의 아틀라스 도입 규모는 약 2만5000대다. 이를 뒷받침할 공급 기반으로 2028년까지 연간 로봇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한다. 도요타가 그룹과 공급업체 전반의 자동화 수요를 제시했다면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의 초기 수요처와 로봇 생산능력을 함께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공장이 가르치고, 공급망이 원가 낮춘다
두 회사가 가진 공통 자산은 자동차 생산 현장이다. 부품과 공정이 복잡하고 안전·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자동차 공장은 로봇의 인지·판단·조작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업 과정에서 얻는 데이터는 로봇의 성능을 높이는 학습 자료로 쌓인다.
현대차그룹은 HMGMA 내 로봇 학습·검증시설인 RMAC에서 아틀라스의 부품 서열 작업과 자재 이동 등을 검증하고 있다.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 모델의 재학습에 활용하고, 개선된 성능을 다시 작업 환경에서 확인하는 방식이다. 생산라인 투입에 앞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 작업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도요타도 숙련 작업자와 생산방식을 로봇 개발의 자산으로 내세운다. 지난 5월 실적 설명자료에서 연간 10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글로벌 생산시설, 숙련 인력, 도요타생산방식(TPS)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부품 운반과 피킹을 실증 사례로 소개하며 제조 기술과 지능형 시스템의 결합을 강조했다.

양산 단계에서는 부품 공급망이 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정밀 액추에이터 개발·공급에 현대차·기아의 제조 역량,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현대오토에버의 시스템 통합 역량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그룹 공장에서 초기 수요를 확보하고 생산 규모를 늘려 부품 단가와 제조 비용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기술 개발에서는 두 회사의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도요타연구소(TRI)와 현대차그룹 계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해 8월 대규모행동모델(LBM)을 적용한 아틀라스의 공동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아틀라스가 AI를 활용해 이동과 물체 조작을 결합한 작업을 수행하는 내용이다. 제조 현장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로봇의 작업 능력을 높이는 연구에서는 손을 잡은 것이다.
상용화의 관건은 현장에서 입증할 경제성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사업화와 관련해 고객이 2년 이내 투자비를 회수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안전과 품질 기준을 충족하면서 반복 작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도입·운영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공장 내 로봇 확산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