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공개 어디까지⋯전문가들 "투명성 높이되 은행 결정 자율성 보장"

가산금리 공개 어디까지⋯전문가들 "투명성 높이되 은행 결정 자율성 보장"

은행권 "원가구조·리스크 관리체계 노출 우려"⋯총량 규제 영향도
국감 쟁점화 후 다시 주목⋯이찬진 금감원장 '네이밍앤셰이밍 언급

(왼쪽부터)이환주 KB국민은행장-정상혁 신한은행장-이호성 하나은행장-정진완 우리은행장-강태영 NH농협은행장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도수화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내역 공시 확대를 추진하면서 세부 원가 공개 범위와 은행의 가산금리 결정 자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되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가산금리뿐 아니라 우대금리 조정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네이밍 앤 셰이밍' 방식을 통해 은행권의 금리 결정 내역 공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밍 앤 셰이밍은 기업명과 문제 행위를 공개해 평판을 의식한 자발적인 시정이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이는 은행이 부담해야 할 일부 법정비용을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개정 은행법이 지난 7월 시행됐음에도 소비자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금융위·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가산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은행법을 개정했는데 오히려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며 "목표수익률을 조정해 가산금리를 조율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완전히 풍선효과"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은행법 개정안 시행 전인 지난 6월 연 3.06%였던 BNK경남은행의 가산금리는 시행 후인 8월 3.67%로 0.61%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우대금리 혜택은 줄었으며 제주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대금리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 할인 폭을 낮추면 고객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가산금리를 내리면서 우대금리를 함께 낮춰 실제 대출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현재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는 은행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 등이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세부 원가와 목표이익률까지 개별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번 공시 확대 논의의 핵심도 이러한 세부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에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세부 산정내역 공개가 영업상 민감한 정보의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은행들이 수요 조절을 위해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웠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자금조달 수단과 자산 포트폴리오, 신용위험 관리체계 등이 달라 금리 산정 구조도 상당히 복잡하다"며 "가산금리에 반영되는 원가 구조와 리스크 관리체계 등은 영업상 중요한 정보인 만큼 세부 산정 내역을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산정내역 공시 확대가 은행의 자의적인 금리 조정을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세부 원가를 전면 공개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리와 결정 과정의 합리성을 함께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산금리만 공개해서는 부족하며 우대금리의 적용 조건과 변경 폭, 최종 적용금리를 함께 비교하고 조정 근거를 점검해야 한다"며 "공시를 획일적인 금리 인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 은행별 차별화된 가격 경쟁이 위축될 수 있어 금리 수준보다 산정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금조달 비용과 업무 원가, 위험 관리 비용 등 가산금리의 주요 구성 항목과 산정 기준, 변동 사유는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면서도 "은행의 구체적인 내부 산식이나 영업전략까지 공개하는 것은 과도한 만큼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금리 결정 과정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수화 기자(dos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