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로컬푸드 매장이 아닌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도서관, 체육시설 등을 원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던 시장님, 성성동 아이들의 통학 안전도 최우선입니까?”
충남 천안시가 서북구 성성호수공원 인근에 로컬푸드 직매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성성동 주민과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도서관과 체육시설 등 생활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천안시가 농산물 판매시설 건립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초등학교 신설 예정지 인근에 직매장이 들어설 경우 어린이들의 통학 안전을 위협하고 호수공원의 휴식 공간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발은 장기수 천안시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번졌다. 최근 장 시장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로컬푸드 직매장 건립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댓글 260여 개(29일 오전 8시 기준)가 쏟아졌다. 댓글 작성자들은 사업의 필요성과 부지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성성·업성·부성지구 아파트 입주예정자 1259명도 공공부지 활용계획에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논란은 정치적 공방을 넘어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어린이 안전, 공공부지 활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주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는 어린이들의 통학 안전이다.
성성호수공원 주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조성되는 천안의 대표적인 신흥 주거지역이다. 성성·업성·부성지구 개발이 진행되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서면 농산물 운송·납품 차량과 방문객 차량이 늘어나 학교 주변 교통 혼잡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 시장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긴 A씨는 시장이 앞서 성성동 유치원 화재와 관련해 어린이 안전을 강조한 발언을 거론하며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던 시장님, 성성동 아이들의 통학 안전도 최우선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B씨도 “로컬푸드 매장이 꼭 초등학교 옆이어야 하나요? 꼭 거기가 아니어도 되잖아요”라며 “수시로 트럭이 왔다 갔다 할 텐데 다른 곳으로 검토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댓글 작성자는 인근 초등학교가 2028년 개교할 예정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화물차를 비롯한 큰 차들이 드나들고 할 텐데 아이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거며, 언급 하나 없이 뒷전인 걸까요?”라고 지적했다.
C씨 역시 “학교 근처에 로컬푸드가 맞는 걸까요?”라며 대형 트럭 통행에 따른 어린이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이어 “시장님의 큰 그림에 성성호수공원과 그 일대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는 없나 봅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 교통 위험은 차량 통행량과 통학 동선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주민들은 사업 추진에 앞서 어린이 보행 안전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건립이 성성호수공원의 휴식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성성호수공원은 주민들이 산책과 여가를 즐기는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다. 주민들은 판매시설과 주차장 등이 들어서면 녹지와 피크닉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 시장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긴 D씨는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한 사업 반대가 아니라며 “성성호수 근방에 없는 녹지 피크닉 부지까지 줄여가며 그 위치여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농민과의 상생만을 이유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기존 농산물 판매시설과의 중복 문제도 논란이다.
성성호수공원 주변에는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대형마트, 식자재마트 등이 운영되고 있다. 주민들은 농산물 구매시설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직매장을 건립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댓글을 남긴 E씨는 “로컬푸드가 그 자리에 필요한 타당성 설명해 주세요”라며 주민들이 체육시설이나 도서관 등 공공시설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도 로컬푸드 매장 건립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또 다른 댓글 작성자는 “주변에 마트는 충분히 있습니다”라며 새로운 판매시설이 입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신규 직매장과 기존 판매시설의 기능 중복 여부, 예상 이용 수요와 경제성 등을 검증하고 공공재정 투입의 적정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주민 반발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인구 증가에 비해 부족한 생활 기반시설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성성호수공원 일대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과 아파트 건설이 잇따르는 지역이다. 성성·업성·부성지구를 포함한 권역의 계획인구는 6만1000여 명에 달하지만 도서관과 체육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 확충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호수공원 인근 공공부지에 농산물 판매시설보다 도서관이나 문화·체육 복합시설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씨는 장 시장의 인스타그램에 “현재 세대수 및 앞으로 아파트 입주 세대수를 생각하면 도로개선, 초중고교 부지와 연계된 공공시설 확충 등은 검토하지 않고 터무니없는 로컬푸드 매장 추진은 절대 반대합니다”라고 적었다.
부지의 공공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주민은 사업 예정지가 도시개발 과정에서 기부채납된 땅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댓글 작성자는 “지금 성성동에 필요한 것은 단순 유통매장이 아니라, 온 가족이 문화와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입니다”라며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댓글에서는 아파트 입주가 완료되면 성성호수공원 일대 인구가 2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민들의 실질적인 수요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민들이 로컬푸드 직매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장 시장의 인스타그램에는 농업인들의 판로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초등학교와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에 직매장을 건립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G씨는 “로컬푸드 반대가 아닙니다. 농민과 성성입주민 갈라치기 하지마십시오”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컬푸드가 들어오기 적절한지 타당성 검토부터 전면 재검토하셔서 차후 다른 곳에 매장이 생기더라도 농민이나 인근 주민 피해없도록 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
농민들의 판매 공간 확보와 주민 편의시설 확충을 대립하는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적절한 입지 선정과 시설 배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댓글 작성자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행정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H씨는 “주민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로컬푸드라 하셨는데 주민의 목소리는 안 들리시나요?”라며 사업의 실효성과 판단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주민들이 따져 묻는 것은 농업인 지원정책 자체보다 공공시설이 부족한 주거지역에 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우선 추진하느냐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주민들의 불만은 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성성·업성·부성지구 아파트 입주예정자 1259명은 부지 활용계획을 주민 의견 수렴 이전에 확정하지 말아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27일 열린 천안시의회 제29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도 주민들의 요구가 제기됐다.
황경수 시의원은 공원 일대의 종합개발계획을 먼저 마련하고 주민설명회를 거쳐 부지 활용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성호수공원 방문자센터 인근에 도서관과 체육시설을 갖춘 문화체육복합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장혁 시의원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기부채납된 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입지 선정과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엄기환 시의원도 인근에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대형마트 등이 이미 있다는 점을 들어 다른 농산물 판로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안시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농산물 유통 단계를 줄이고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농민단체들도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장 시장은 시정질문에서 농민들의 판매 공간이 필요하다며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기 위해 기다리는 농민이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기존 농협 직매장과의 중복 문제에 대해서는 호수 건너편에 있어 생활권이 다르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만큼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장 시장은 2027년 가건물 형태의 임시매장을 우선 운영하고 본 건물 건립은 2~3년 뒤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도서관과 체육시설 등 공공시설 부족 문제에는 공감을 나타내며 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을 확보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천안시연합회와 천안농민회 등 천안지역 30여 개 농민단체는 지난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로컬푸드 직매장이 농업인들의 판로 확대를 위한 시설이라며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하지만 장 시장의 인스타그램에 쏟아진 반대·비판 댓글은 사업의 필요성과 입지 선정에 대한 주민들의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초등학교 통학 안전과 기존 판매시설 중복, 공원 휴식 공간 축소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사업이 추진된다면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시장과 시의원 간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농민들의 판로 확보 못지않게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어린이들의 안전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천안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느냐가 갈등 해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