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SMR 건설사 새 먹거리 부상…"독이 든 성배" 우려도

원전·SMR 건설사 새 먹거리 부상…"독이 든 성배" 우려도

삼성물산, 스웨덴 1.2GW SMR 사업 전략적 파트너 선정
현대건설, 테라파워·홀텍과 협력해 차세대 원전·SMR 사업 확대
EPC 계약리스크가 건설업계 발목 잡는 사례도 동시 부각
대우건설·한수원 체코 원전 계약 협상 결렬…공사비 이견 표면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과 탈탄소 기조 속에 원자력발전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원전 EPC(설계·조달·시공)를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낙점했다.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기술 제휴와 수주 낭보가 잇따르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공사비와 불리한 계약 조건에 따른 사업 리스크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스웨덴 남부 지역에 추진되는 1.2GW 규모의 차세대 SMR 건설 프로젝트에서 핵심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며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글로벌 원자로 설계사와 협업 체계를 구축한 삼성물산은 기본설계 참여를 시작으로 EPC 본계약까지 영역을 넓혀 글로벌 입지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현대건설 역시 미국 원자력 전문 기업 테라파워, 홀텍 인터내셔널 등과 손잡고 차세대 원전 및 SMR 상용화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현지 실증 사업은 물론 동유럽과 영미권 시장을 겨냥한 원전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며 단순 도급 시공을 넘어 초기 기획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개발형 사업자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대형 원전과 SMR EPC로 사업 외연을 적극 확장하는 배경에는 기존 단순 도급 및 주택·토목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국내 주택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전통적인 건설업의 수익성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높은 기술 장벽과 고부가가치를 지닌 원전 EPC를 통해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원전 프로젝트 이면에 숨겨진 계약 리스크가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 특성상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사비 급등과 지정학적 불안정성, 안전 규제 강화 등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변수가 건설사에 막대한 재무적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29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는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사업과 관련해 시공 지분 및 세부 계약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됐다. 조 단위 규모의 초대형 해외 수주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분담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계약을 맺을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건설업계는 이번 협상 결렬 이유로 공사비 정산 방식과 사업상 변수에 따른 위험 분담을 놓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을 꼽는다.

한수원은 기존 원전 건설사업처럼 공사비를 사전에 확정하는 총액 확정 방식을 요구했지만, 대우건설은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신규 원전의 특성상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제시한 시공비 격차는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겪었던 저가 수주와 어닝쇼크의 악몽이 원전 사업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겉으로는 조 단위의 화려한 수주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현지 인허가 지연이나 자재 가격 인상분을 계약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가 고스란히 적자를 떠안는 구조적 한계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MR 등 차세대 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발주처 및 원전 공기업과의 불리한 독소조항을 걸러내고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래먹거리가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