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한달 째인 2일,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이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부담스러운 상황이나 우려스러운 부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 청장은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경찰 수사 변화나 체감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고 나서 우려도 하고 준비도 많이 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고소·고발 건수 증가와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 건수, 일선 수사관들을 위한 상담지원TF 상담 상황을 예로 들었다.
고 청장에 따르면, 서울청 기준으로 접수된 사건 건수가 지난달 4만 6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통계적으로 보면 전체 사건 건수가 4만 5000건으로, 지난달 대비 1000건, 2% 정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소청에서 이송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한 건수도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고 청장은 "검사가 수사하다가 서울청으로 이송한 사건 이 37건이다. 보완수사 요구 사건도 10월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94건이다. 서울청 기준으로 올 1월부터 9월까지 한달 평균 75건으로, 19건이 늘었는데 관내 31개 경찰서로 배당하다 보면 한 개 서당 0.6건 정도가 증가한 셈"이라고 했다.
고 청장은 일선 경찰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상담지원TF를 3중으로 운영 중인데, 건의사항이 171건이 접수됐다. 그 중 138건, 81% 정도가 '절차가 바뀌었는데 어떻게 하나요'라는 등의 내용이다. 어려운 부분에 대한 상담이나 건의가 없어서 법 개정 이후 우려하는 부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기준에 비춰봐도 큰 변화는 아직 없다고 했다. 작년 10월부터 보완수사 요구가 느는 추세이고, 서울청도 많이 늘었지만 올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흐름으로 봐서는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 청장은 "공소청이 꼼꼼하게 봐서 보완수사 요구량이 증가하고 있고, 재작년 시점과 비교하면 확 높아졌으나 흐름으로 보면 법이 바뀐 이후 늘어난 것이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앞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소청이 출범한 지난달 2일부터 29일까지 경찰이 받은 보완수사요구는 1만 2465건으로 하루 평균 445건꼴로 나타났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지난달 2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10월26일 기준 899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청이 제시한 증가폭과 달리 전국 단위에서는 보완수사 요구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다만 홍 본부장 역시 당시 "아직까지 크게 문제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고 청장의 발언에 대해 공소청 안팎과 법조계에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봉숙 서울광역공소청 검사(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일선 경찰관들도 전부 청장님과 같은 생각인 것이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공 검사는 "'31개 경찰서로 나누면 경찰서당 약 0.6건'이라고 하는 걸로 봐서, 서울시경에 대한 보완수사요구 건수만이 아니라 서울 경찰 전체에 대한 보완수사요구 건수를 언급하신 것 같다"고 지적하고 "제가 결재할 때 보니 매월 검사 1명당 수십건씩 보완수사요구를 하더라. 분명 뭔가 잘못 알고 계시든지 잘못 말씀하신 것 같다"면서 "월평균이 아니라 1일 평균 아닌지 한번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 검사는 이어 "제가 방금 2025년 검찰연감을 확인해 봤는데, 2024년 1년간 서울중앙·동·남·북·서 검찰청의 보완수사요구 건수가 3만 7509건이다. 그럼 대충 1개월에 3000건, 1일 평균 100건쯤 된다"고 지적했다.
공 검사 지적대로라면 고 청장이 설명한 서울 관내 월 보완수사 요구 건수 75~94건이지만 검찰연감 집계는 월평균 약 3126건, 하루 평균 약 103건으로 30~40배 차이가 난다. 고 청장이 말한 집계 기준이나 단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고 청장 통계가 틀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 특정 유형의 사건이나 특정 집계 단위만 따로 뽑은 숫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담지원TF 상담 통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일선 수사관 상담 사례 중 81%가 개정된 수사 절차를 문의했다면, 수사 절차를 제대로 모르거나 어려워 하고 있다는 말 아니냐"며 "이는 곧 수사 지연이나 사건처리 적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인데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