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 '엔비디아 픽' 루멘텀 154조원에 인수…AI 레이저 공급망 재편

마벨, '엔비디아 픽' 루멘텀 154조원에 인수…AI 레이저 공급망 재편

레이저 생산시설 확보해 브로드컴 추격…2029년 초까지 물량 소진
엔비디아, 양사에 각각 20억 달러 투자…코히런트로 공급처 다변화 전망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가 엔비디아의 투자사인 루멘텀을 1150억 달러(약 154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레이저 생산시설을 확보해 브로드컴과의 경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마벨과 미국 광통신 부품업체 루멘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인수합병 계약을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마벨테크놀로지 본사. [사진=마벨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루멘텀 주식 1주당 마벨 주식 4.5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부채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는 1150억 달러로, 거래가 완료되면 마벨 기존 주주가 합병 회사 지분 약 67%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레이저 생산 능력이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다. 기존 구리선은 전송 거리와 전력 소비 등에 한계가 있어 빛을 이용하는 광통신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마벨은 아마존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맞춤형 AI 반도체와 데이터 전송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루멘텀은 광통신에 필요한 고성능 레이저와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부품을 생산한다. 인수가 완료되면 마벨은 반도체와 레이저를 함께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가레스 오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이 구리선에서 코패키지드 옵틱스(CPO)로 전환되는 가운데, 마벨은 자사에 없던 핵심 부품인 레이저를 사들이며 양쪽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CPO는 광통신 부품을 반도체 가까이에 배치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통신 방식이 달라져도 레이저는 계속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루멘텀은 2029년 초까지 생산 물량이 모두 소진된 상태다. 레이저에 쓰이는 인듐인(InP)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 데도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서치 부사장은 "마벨은 항상 브로드컴이 되고 싶어했는데, 루멘텀을 품으면서 그 이상을 이뤘다"며 "경쟁사들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원에 대한 확실한 접근권을 산 셈"이라고 평가했다.

브로드컴은 이미 자체 레이저 생산시설과 네트워크 반도체 기술을 갖추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 인수로 마벨이 일부 광통신 분야에서 브로드컴보다 폭넓은 제품군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에도 변수다. 엔비디아는 올해 마벨과 루멘텀에 각각 20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합쳐지면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빅테크 기업에 AI 반도체 기술을 공급하는 마벨이 주요 레이저 생산시설까지 보유하게 된다.

마이클 카넬로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씁쓸한 결과"라며 "엔비디아가 이 거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공급처 다변화에 나설 것이고, 올해 똑같이 20억 달러를 투자한 코히런트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2028년 상반기 인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의 반독점 심사가 변수다. 레이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벨의 가격 협상력이 커질 수 있어 규제당국의 심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