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첫 6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였던 6월(497억3000만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도체 가격 급등과 수출 물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도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45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경상흑자 첫 600억달러…연간 4500억달러 가시권
한은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경상수지는 614억6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올해 누적 흑자는 3400억달러를 넘어서며 작년 동기(838억900만달러)의 4배를 기록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9월 상품수지가 견조한 상품 수출에 분기 말 효과가 더해지면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며 "흑자 증가 폭도 작년 동월 대비(472억달러), 전월 대비(153억달러)로 모두 역대 최대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9월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흑자(1230억5000만달러)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3분기 흑자 규모(1496억5000만달러)도 지난해 연간 흑자 규모를 상회했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올해 월평균 약 365억달러 흑자가 나오면 한은 조사국이 전망한 연간 4500억달러 경상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며 "10월 흑자도 역대 2위 정도 규모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이끈 수출 호황…비반도체와 성장 격차
역대급 경상흑자를 이끈 것은 반도체다. 다만 수출 증가세가 특정 산업에 집중되면서 반도체와 다른 주력 산업 간 성장 격차도 뚜렷해졌다.
9월 반도체 가격 상승률은 182.6%, 물량 증가율은 30.5%에 달한다. 반도체 수출 확대에 물량 증가뿐 아니라 가격 상승이 크게 기여한 셈이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 확대가 수출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9월 수출(1307억2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92.4%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3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국제수지 통계상 반도체 수출 기여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서도 "수출로만 봤을 때 올해 1~10월 누적으로 반도체가 수출 증가에 45.2%포인트(p)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이 2024년에는 8%, 2025년에는 3.8%로 최근 증가세는 이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라며 "반도체가 잘 나가다 보니 상대 격차가 있지만 비IT 부문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팀장은 "통관 기준 1월~10월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했고 이 중에서 반도체가 190.9% 늘어 반도체를 제외하면 20.2% 수준"이라며 "자동차는 영업일수와 파업 효과로 부진했고 석유·철강·선박·의약품·방산은 양호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상품수지도 사상 최대…서비스수지는 적자 지속
9월 상품수지 흑자는 62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흑자 규모다. 수출 증가율(92.4%)이 수입 증가율(29.4%)을 크게 웃돌면서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
품목별로는 통관 기준 반도체(260.3%), 전기·전자제품(200.0%), 정보통신기기(137.6%) 등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자동차부품(-8.1%)과 가전제품(-7.6%) 등은 감소 전환했다. IT 품목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반면 일부 자동차 관련 품목과 소비재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미국(136.9%), 중국(123.1%), 동남아(113.2%) 등에서 수출이 늘었다.
수입(679억7000만달러)은 원자재와 자본재의 높은 수입 증가세가 지속되는가운데 소비재도 증가해 1년 전보다 29.4% 증가했다.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92.8%), 전기·전자기기(60.4%), 반도체제조장비(49.2%) 등을 중심으로 42.3% 늘었다.
원자재 수입은 가스(42.5%), 비철금속(42.4%), 원유(38.4%) 등을 중심으로 21.3% 늘었다. 소비재 수입은 승용차(31.8%)가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33억5000만달러 적자로 작년 동월(34억8000만달러 적자)보다 규모가 줄었다. 상품수지에서 대규모 흑자를 거둔 것과 달리 서비스 부문에서는 적자가 이어졌다.
서비스수지 중 운송수지는 전월보다 용선료 지급이 늘면서 흑자 폭이 줄었다. 지식재산권사용료는 전월의 계절적인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입 집중이 사라지면서 적자 폭이 커켰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6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19억2000만달러 흑자) 대비 흑자 폭이 커졌다.
해외증권 투자 역대 2위…외국인은 국내 주식 매도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543억4000만달러 늘어 전월(403억3000만달러) 대비 증가 폭이 커졌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114억3000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65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166억3000만달러 늘었지만 외국인 국내투자가 138억1000만달러 줄었다.
내국인 해외 증권투자는 작년 10월(172억9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투자(99억1000만달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채권투자도 67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137억4000만달러, 채권투자는 7000만달러 줄었다.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 감소 대부분이 주식에서 발생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