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보안은 CEO 책임"⋯금융권 연쇄 해킹에 경영진 정조준 [종합]

이억원 "보안은 CEO 책임"⋯금융권 연쇄 해킹에 경영진 정조준 [종합]

"위험 알고도 방치하면 엄중 책임"⋯형식적 점검·사후 수습 관행 지적
전 금융권 비상대응반 구성 주문⋯580여개사 외부접점·내부통제 점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일 금융보안원 여의도 분원에서 'AI시대 보안체계 혁신을 위한 全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도수화 기자]

[아이뉴스24 도수화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잇따른 금융권 해킹 사고와 관련해 "보안은 특정 부서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책임져야 할 핵심 경영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복된 점검 주문에도 침해사고가 이어지자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안관리 책임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중대한 관리 부실이나 대응 소홀에 대해서는 CEO를 포함한 경영진에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5일 금융보안원 여의도 분원에서 열린 AI시대 보안체계 혁신을 위한 전 금융권 간담회에서 "보안관리의 부실은 단순한 기술적 실패를 넘어 경영관리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권 협회장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금융보안원장, 관계부처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거듭된 보안점검 요구에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4일 불필요한 외부접점을 최소화하고 인증절차 누락·우회 등 취약점을 점검하도록 주문했지만 이후에도 침해사고가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상당수 사고는 여전히 관심이 덜한 주변부 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며 "같은 계열그룹 내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충분한 대비 없이 추가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허겁지겁 취약점을 찾고 이미 드러난 위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같은 사고를 반복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아직은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보안을 IT 부서에만 맡겨두는 경영 관행을 경계했다. 이 위원장은 "CEO와 경영진이 보안을 전문가나 IT 부서만의 영역으로 생각하며 필요한 관심과 투자,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보안은 비용을 줄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객의 신뢰와 금융회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 투자"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이후 현재까지 총 37개사에서 40건의 침해사고가 신고됐으며 약 47만3000건의 정보유출이 확인됐다. 일부 전자금융업자와 가상자산사업자에서는 회사가 관리하는 자금이 탈취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부정결제 우려가 있는 정보유출이나 개별 이용자의 직접적인 자금손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출정보가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전자금융업자와 가상자산사업자를 포함한 580여개사를 대상으로 전체 IT 자산의 외부접점과 내부통제체계를 전수점검한다. 금융회사가 세부 점검내용과 판단 근거를 기록하도록 하고 점검이 부실하거나 중요한 취약점이 발견되면 금감원·금융보안원이 현장점검에 나선다. 불필요한 외부연결은 즉각 차단하고 꼭 필요한 연결은 CEO 책임 아래 대체통제를 적용해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자발적인 취약점 발굴과 개선 노력은 고려하고 지원하되 위험을 알고도 방치하거나 형식적인 점검으로 사고를 초래하는 행태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사고가 발생하면 이번 점검이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된 취약점에 필요한 개선조치를 했는지까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전수점검이 형식적인 서류 점검이나 일회성 조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점검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위험을 제거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사적인 비상대응반도 즉시 구성하도록 주문했다.

상시 보안관리도 강화한다. 개별 금융회사가 탐지한 침해위협 정보를 전 금융권에 실시간 공유하고 대형 금융회사부터 취약점 분석·평가를 연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보안역량이 부족한 중소형사에는 취약점 상시탐색과 개선방안을 제공하는 '원스톱 AI 방어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다크웹·텔레그램 등을 통한 유출정보 불법 유통 감시와 범죄계좌 탐지·차단을 강화한다.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 피해의 일정 부분을 보상하는 무과실책임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전 금융권 CEO와 관계자들은 국민들이 맡긴 정보와 재산을 목숨 걸고 지켜낸다는 각오로 우리 금융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수화 기자(dos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