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리포트, 얼마나 신뢰하십니까

[기자수첩] 증권사 리포트, 얼마나 신뢰하십니까

[사진=아이뉴스DB]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미국 중간선거 여파로 국내 지수가 단순 조정을 넘어 폭락 중이다. 개미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함께 야속함도 드러난다. 주가는 곤두박질치는데 여전히 '매수'를 외치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 때문이다.

최근 한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안 읽는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무조건 사라고만 하지 않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증권사 리포트를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의 불신이 묻어나는 말이다. 목표주가를 꺾고 기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해도 '매도' 의견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32개 증권사 평균 매수 등급 비율은 93.36%로 집계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치다. 매도 의견 비중은 0.07%에 그쳤다.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같은 기간 맥쿼리증권, 골드만삭스증권 등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은 매수·중립(보유)·매도 리포트 비중 분포가 상대적으로 더 고르다. 일부 증권사는 매도 리포트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국내 리서치센터의 기업분석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낙관론에 빠져서일까. 그보다는 '매도'를 말하기 어려운 증권업계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원인 중 하나는 증권사 수익 구조에 기인한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다. 물론 매도 주문에서도 수수료는 발생한다. 문제는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보다 매수를 권하는 보고서가 영업 현장에서 환영받기 쉬운 환경이다. 특히 시장의 주목을 받는 종목이라면 매도 의견 제시가 더욱 조심스럽다.

또 다른 수익 축인 기업금융(IB) 부문도 매도 의견에 예민하다. 리서치센터의 분석 대상인 기업이 곧 고객이 되는 부서다. 매도 의견이 IB 영업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고 한다. 분석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증권사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다. 최근 회사채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국내 한 빅테크 업체가 각종 악재에도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이 미동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사실 개미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투자 전 분석 단계가 아니라 이미 종목을 보유한 상황이라면 매도 의견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 개미들의 거센 항의는 연구원의 소신을 꺾는다. 지난 2023년 '2차전지 독설가'로 알려졌던 모 증권사 연구원이 주주들로부터 폭행당한 사건도 있었다.

그렇다고 투자자의 태도만 탓할 수는 없다. 증권사 리포트는 투자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주가 상승을 전망할 자유가 있다면 하락을 경고할 책임도 있다. 매수 의견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매수 외에는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주식은 가능성의 영역이다. 어떤 분석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에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맞는 전망이 아니라 상승과 하락의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는 분석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 투자자가 잃는 것은 돈이지만, 증권사가 잃는 것은 신뢰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