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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유화학 사업재편 마지막 골든타임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기업들의 고민이 큰 것 같아요. 정부와 소통한다고 하지만 사실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부분도 많고 서로 이견도 큰 게 답답한 상황이죠."

석유화학(석화)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통상 석화 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오가지만 앞으로 호황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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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언이 아니다. 수치를 봐도 그렇다. 석화 4사(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은 1조 1950억원에 달한다. 석화업계의 맡형 격인 LG화학은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3년 연속 적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석화 기업 체질전환을 돕겠다고 했다. 경쟁력 없는 기초범용제품 위주 사업에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 및 친환경 사업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반년 가량 시간이 지났다. 유의미한 움직임은 없었다. 한 기업은 기초범용제품 설비를 매각하려 했지만 매수 의사 기업이 투자한 원금 대비 염가의 조건을 제시해 결렬됐다는 소리도 들렸다.

정부와 기업의 고민은 서로 다르게 깊어졌다. 기업은 파격적인 정책 지원 없이 섣불리 나설 수 없고, 정부 역시 전반적인 제조업 위기 속에 석화업계에 한해서만 파격적 조력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국 혼란 탓에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관료 사회 특성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같은 위기를 두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도 드러났다. 복지부동의 상황도 연출됐다. 그러는 사이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 중동계 한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석화주권이 완전히 뺏길 수 있다는 것을 곱씹어보면 위기감은 배가 된다.

기시감이 든다. 섬유산업이 그랬다. 1970년대 한강의 기적과 궤를 같이한 섬유산업은 국가 경제의 대들보였다. 안타깝게도 기술 고도화에 실패하고 중국과 값싼 해외 생산지에 주도권을 넘겨준 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금 석화 산업 역시 비슷한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설비 과잉과 공급 증가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섬유산업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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