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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칼럼]차기 대통령과 인재 등용


21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느 선거처럼 이번 대선의 승패도 후보 본인의 역량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하지만 어떤 후보라도 치열한 선거 과정이나 집권 후 국가의 중대사안에 대해 혼자서 고민하고, 모든 걸 판단하여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각 선거 캠프의 책사나 핵심 참모들에게 국민적 관심이 쏠리게 된다. 대통령이란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 뿐 아니라 집권 후에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 참모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 회동한 것은 참모의 역할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김 전 차장의 행보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오만한 행보라고 비판했지만 ‘한방’ 먹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 대선 캠프의 핵심 참모라면 후보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전략가, 이미지와 신뢰를 재구축하는 완충자, 의사결정을 외부와 연결하는 조율자 등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 때 나라의 기틀을 다진 정도전이나 중국 촉한의 재상 제갈량 처럼 새로운 정권을 열기 위한 열정과 자질, 역량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지도자에게 필요한 책사나 참모의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우선 충성과 직언의 균형감을 갖추고 지도자의 명령과 비전에 대해 진심어린 헌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도자가 듣기 싫은 말이라도 사실을 바탕으로 소신껏 건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지도자의 의사결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고, 국가와 조직을 위기에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언은 감정이 아닌 원칙과 사명감에 기반해야 더욱 효과가 있다. 이를 토대로 지도자와의 깊은 신뢰관계가 이어져 집권후에도 국정운영의 진정한 동반자가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반면, 맹목적인 충성만 하고 직언이 부족한 참모는 자칫 간신(奸臣)이 되기 쉽고, 직언만 있고 충성이 부족하면 조직을 분열시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중국 진나라 때 환관 조고(趙高)와 같은 간신은 외형상 충성스럽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며 국익보다 사익을 추구했다. 역사는 간신이 득세한 왕조나 정권이 멸망의 길로 갔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지금도 여야 대선 후보 캠프에서 후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첨과 아부를 서슴지 않는 참모들이 입질에 오르내린다. 이들은 직언을 피하면서 ‘지도자의 기분’을 맞추는 데 집착하고, 불편한 진실은 감춘다.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거나, 비판자나 정적을 제거하려고 술수를 부리는 참모라면 간신이 될 소지가 많다. 모든 정보와 권한이 자신을 통해서만 흐르게 하고, 지도자조차 외부와 단절되게 만들려고 하는 참모라면 ‘흑심’(黑心)이 있다고 봐야한다. 환관 조고는 이세 황제에게 가짜 정보를 주며 자신이 모든 실권을 장악했다. 그런 간신을 옆에 둔 이세 황제도 폭정을 일삼다가 결국 진나라도 멸망했다.

간신의 징후를 보이는 참모들의 폐해를 막으려면 지도자가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다원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적 시스템을 통한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지고, 감사 및 인사 시스템, 언론의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경험이 많은 지도자라도 선거 때면 착시와 자기확신에 빠지기 쉽다. 이럴 때 참모는 후보에게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 판세, 여론 흐름, 조직 분위기 등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며 잘못된 판단을 막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동조자가 아니라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건 집권을 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지도자와 시대정신을 공유하며, 국민의 관점에서 말하고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역량을 갖춘 참모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도자가 정당의 이해관계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국민통합을 화두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실행하도록 앞장서는 참모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참모는 지도자의 ‘가속페달’이 아니라 ‘핸들’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그렇게 진심으로 지도자를 보좌한다면, 책임과 신뢰의 지도자상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간신은 지도자를 고립시키고, 충신은 지도자를 각성시켜 성공에 이르게 했다.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집권후 자리다툼에 연연하는 참모가 있다면 중용해선 곤란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도자와 함께 국정운영의 진정한 동반자가 될 사람이 차기 정부 인재 등용의 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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