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본인 제공]](https://image.inews24.com/v1/e6269668baba37.jpg)
최근 이재명 정부는 2030년 글로벌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야심 차게 제시하였다. 비록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를 선도하여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의 30년 미래가 달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인공지능화에 뒤처진다면 우리의 후손은 지금과는 다른 국제적 위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정적이지만, 인프라에 해당하는 전력공급과 데이터의 확보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전자파의 빛과 그림자
전자파는 전기와 자기의 주기적인 변화에 의한 진동인 파동 현상으로서,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인 만큼 결코 피할 수 없는 자연환경이다. 전기를 일상생활의 주요 에너지로 사용하는 현대사회에서 전자파는 인류의 생존과 편익 향유에 불가피한 부산물이다.
현실에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는 것처럼, 전자파에도 양면성이 존재한다. 전자레인지나 MRI와 같이 전자파의 유용한 활용도 가능하지만, 전자파는 전자파장해(EMI)나 생체영향처럼 심각한 피해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전자파의 부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통제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유익하게 전기에너지를 활용할 것인가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세기부터 당시 정보통신부 고시로 전자파장해 방지 기준 및 전자파 내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해 왔고,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역시 2000년에 확정하여 고시한 바 있다.
국내 기준은 국제적인 기준들에 비해서도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보수적으로 까다롭게 전자파를 통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 전자파(60Hz) 허용 기준으로 833mG를 채택하여, 국제 권고 기준(ICNIRP)이나 일본의 2,000mG나 유럽 주요 국가 기준 1,000mG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다.
규범적인 기준뿐만 아니라 운영 측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전자파 측정 결과를 보면, 실제 전자파 노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측정 결과에 따르면, 학교·병원 등 생활시설에서 측정된 전자파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의 30분의 1 이하였고, 학교 인근 전력선에서는 2,000분의 1에 불과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소재한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를 실측한 결과도 데이터센터로부터 3~4미터 앞의 전자파 측정값은 0.06mG로서 기준인 833mG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한때 이동통신 전자파의 유해성이 침소봉대로 과장되어 괴담 차원에 이른바 있으나,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30년 정도 일상적으로 활용했어도 그로 인해 치명적인 해를 입었다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엄격하게 확립된 인체보호기준을 준수하는 한,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자파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여 국가 송전선망, 변전소에 이어 심지어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반대하는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소모적 논쟁은 경제적 당위성이나 과학적 해명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과장된 경계나 비과학적 혐오는 지양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의 위상 약화 우려
국가 송전선망 설치와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은 국가적 차원의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글로벌 AI 시장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요 국가들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데이터센터 건설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관련 해외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규모 연산 인프라가 핵심인 AI 기술 발전에서 데이터센터 부족이 국내 AI 기업들의 기술 개발 역량을 제약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음에 반하여, 주요 선진국들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Cloud and Development Act)을 통해 데이터센터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면서도 자원 효율성과 혁신성을 충족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공공 지원을 제공하는 균형 잡힌 접근을 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7월 트럼프행정부가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연방 허가 가속화” 행정명령을 발표하여 대출 보증, 보조금, 세금 인센티브 등의 재정지원을 허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의 Call for Application 제도로 전략적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선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을 통해 자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관련 인프라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AI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인프라 구축 지연은 곧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 주요 국가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과학적 합리성이 결여된 전자파 논란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2030년 AI 3대 강국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
대한민국의 30년 후 미래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국가, 지역사회 그리고 기업 모두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기업은 영리 추구 차원을 넘어 공공성을 지향해야 한다.
관련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고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여, 국가 AI 경쟁력 향상과 지역 생활환경 개선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특히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필수인 인프라 구축에 실기하지 않도록 능동적인 중재와 정책 결단을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판단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오병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충북대학교 대학원 공학박사(정보통신전공)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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