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입으로 먹는 경구용 비만약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주사제가 중심인 비만 치료 시장에서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허가에 속도를 내면서,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와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체중계에 올라가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ee9592d367aa27.jpg)
3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최근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 약물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1·2차 평가지표를 모두 충족했으며, 일라이릴리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안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GLP-1은 포만감을 유도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위 배출을 지연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번 임상은 2형 당뇨를 동반한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72주간 진행됐으며, 세 가지 용량(6㎎·12㎎·36㎎)의 효과를 분석했다.
최고 용량인 36㎎ 투여군은 1차 평가지표에서 평균 10.5%(약 10.4㎏)의 체중 감소를 보이며, 위약(2.2%) 대비 효과를 입증했다. 36㎎ 투여군 절반은 체중이 10% 이상 줄었고, 전체 투여군의 28%는 15%(약 14.9㎏) 이상 감량했다. 이는 주사제 '마운자로' 효과와 유사한 수준이다. 12㎎과 6㎎ 용량군도 각각 평균 7.8%, 5.5% 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2차 평가지표 분석에서 이 약은 용량에 따라 당화혈색소(A1C)를 평균 1.3~1.8% 낮췄다. 특히 최고 용량 투여군 75%는 A1C를 6.5% 이하로 낮췄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소화불량 등 위장 관련 증상이었다. 이로 인한 치료 중단률은 6.1%(6㎎), 10.6%(12㎎), 10.6%(36㎎)로 집계됐다. 위약은 4.6%였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임상 3상 결과 발표 직후 주가는 21.06% 상승해 660.49 달러(약 91만원)를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이달 27일 기준 734.17 달러(약 101만원)까지 치솟았다.
임상 결과는 향후 학회를 통해 자세히 보고할 예정이다. 케네스 커스터(Kenneth Custer) 일라이릴리 부사장은 "1일 1회 경구용으로 투여하는 오포글리프론의 부작용은 경증, 증등도 수준에 머물렀다"며 "GLP-1 계열 비만 주사제와 유사한 결과의 데이터를 도출한 만큼, 허가 획득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나선 기업은 일라이릴리뿐만이 아니다. 경쟁사 노보노디스크도 GLP-1 계열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한 경구용 '리벨서스'를 개발했다. 올해 4월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했고,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약물은 후기 임상 단계에서 평균 15%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비만약은 복용 편의성과 생산성에서 장점이 있다"며 "현재 시판 중인 비만 주사제는 주 1회 투여해야 하지만, 경구용은 장기 복용을 통해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동제약은 신약 전문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제 'ID110521156'을 연구 중이다.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기존의 펩타이드 소재 주사제보다 제조 효율성이 높아 대량 생산에 용이하다.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비만약은 복용 편의성과 생산성에서 장점이 있다"며 "현재 시판 중인 비만 주사제는 매주 맞아야 하지만, 경구용은 장기 복용을 통해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약물이 결국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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