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동남아 국가가 제약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서 의약품 소비가 큰 시장임에도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아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현지 법인 설립과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신속 전략을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왼쪽), 인도네시아 국기.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a6143ab9772ef3.jpg)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파머징 시장으로 떠오르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국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머징이란 제약(Phamacy)과 떠오르는(Emerging)의 합성어로, 선진국 제약 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인건비 등이 저렴해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신흥 제약 시장을 의미한다.
특히 베트남 인구는 1억 명 이상으로 ASEAN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아, 대표적인 파머징 시장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제약 시장 규모는 10조원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1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ASEAN 전체 GDP의 약 14%를 차지해 동남아 지역 상위 경제 대국으로 평가된다. 국제무역청(ITA)은 올해 베트남 제약 시장 규모가 89억 달러(약 12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제약 시장은 병원 입찰과 영업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를 고려해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해 시장에 조기 안착했다. 그 결과, 자사의 대표 품목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과 항암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판매 허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셀트리온 베트남 법인은 현지 군(軍) 병원과 계약을 맺어 1년간 램시마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허쥬마는 중남부 지역 의료기관 입찰에 낙찰돼 2년간 공급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주요 대형 병원에서 트라스투주맙 성분 제품 입찰이 예정돼 있으며, 셀트리온은 추가 수주 확보를 위한 영업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인 '램시마SC'와 항암제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의 판매 허가를 연내로 획득할 방침이다.
대원제약은 국산 12호 신약 '펠루비'로 베트남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현지에서 복합 진통제 'DW1021'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DW1021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계열인 펠루비와 중추신경계 진통제인 트라마돌을 결합한 복합제다. 대원제약은 임상을 통해 생체이용률을 확인했고, 내약성과 안정성도 입증한 상태다.
이는 국내 업체 최초로 베트남에서 진행된 임상 사례다. 대원제약은 후속 임상을 통해 판매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며, 소량의 트라마돌로 진통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SEAN 시장 투자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가 의약품 자급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단순 수출을 넘어 생산 시설 구축, 현지 기업과의 기술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에 나서고 있다.
대웅제약은 2005년 자카르타에 지사를 설립한 뒤, 2012년 현지 제약사 인피온(Infion)과 공동으로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했다. 대웅인피온은 인도네시아 최초로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세웠고, 2017년 적혈구 생성(EPO) 제제인 '에포디온(성분명 rh-에리트로포이에틴 알파)'을 허가받아 생산했다. 에포디온은 만성신부전 환자와 항암 환자의 빈혈 치료제로, 출시 6개월 만에 인도네시아 EPO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웅제약 현지법인 대웅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2월 현지 보건부로부터 줄기세포 처리시설 허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줄기세포 공장은 탯줄 유래 줄기세포, 지방 유래 줄기세포 등 줄기세포 치료제와 엑소좀, 면역세포 치료제를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ASEAN에서 의약품 소비가 가장 큰 국가이지만 아직 수입 의존도가 높다"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영향이 크지 않고, 미국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