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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100만]②'캐즘' 뚫고 반등⋯수요·신차·정책 '트리플 이펙트'


1분기 판매 전년比 150% ↑⋯원금·유가 상승 맞물려 'V자 회복'
3000만원대 보급형 신차 쏟아지며 실속파 소비자 지갑 열어
중앙-지방 '정책 미스매치' 보완 필요⋯인프라·생태계 넓혀야

대한민국 도로 위 자동차 지형도가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2011년 관용차 위주로 첫발을 뗀 국내 전기차 시장이 15년 만에 누적 등록 100만 대 시대를 연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증가를 넘어, 전기차가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를 넘어 대중이 선택하는 주류 소비재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본지는 총 6회에 걸친 특별 기획을 통해 전기차 100만 대 시대의 산업적 함의와 생태계 변화, 그리고 기술 패권 경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편집자]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서 생산 중인 콤팩트 SUV 전기차 EV3. [사진=기아]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서 생산 중인 콤팩트 SUV 전기차 EV3. [사진=기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를 뚫고 국내 전기차(EV) 시장이 'V'자 반등에 성공했다. 누적 등록 100만 대 돌파라는 이정표를 앞두고, △강력한 정책 지원 △매력적인 신차 라인업 △유가 상승에 따른 실질 수요가 맞물리며 이른바 '트리플 이펙트(Triple Effect)'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전환지원금'이 촉매제 역할⋯유가 '고공행진'에 정책 효과 극대화

올해 초 전기차 시장 반등의 일등 공신으로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책이 꼽힌다.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전년 대비 30% 이상 증액된 9360억 원으로 편성하며 시장 활성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올해 신설된 '전기차 전환지원금'이 전기차 수요의 촉매제가 됐다.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중고로 매각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100만원(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 합산 시 최대 13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관망세에 있던 10년 이상 노후 경유차와 휘발유차 보유층의 수요를 전기차 시장으로 대거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1~3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0.9% 급등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는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15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확정하며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기후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승용차 2만 대, 화물차 9,000대 분의 보조금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일부 지자체에서 나타난 보조금 조기 소진 우려를 해소하고 전기차 보급 동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 여파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유지비 절감'이라는 전기차의 본질적인 매력이 부각되며 정책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다.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서 생산 중인 콤팩트 SUV 전기차 EV3. [사진=기아]
기아의 전기차(EV) 라인업. [사진=기아]

실구매가 2000만~3000만원 대 '가성비' 무장한 신차 랠리

제조사들의 제품 전략 변화도 전기치 시장 반등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전기차 시장이 5000만원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 모델 위주였다면, 올해는 3000만원대(보조금 적용 시 실구매가 2000만원대) '엔트리급' 신차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가장 눈부신 성과를 낸 곳은 '전기차 대중화'의 기치를 올린 기아다. 기아는 올해 1분기에만 누적 전기차 판매량 3만4303대를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일등 공신은 단연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와 대중화 SUV인 'EV3'다. 특히 'PV5'는 상용차의 실용성과 전기차의 경제성을 결합한 전략이 적중하며 1분기 누적 8086대의 실적을 올렸다. EV3(8674대) 역시 사회초년생과 실속파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대중화의 선봉에 섰다. 현대차도 1000만원대 후반(보조금 포함 시)까지 가격을 낮춘 '캐스퍼 EV'(6200대)로 보급형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의 '가성비' 전기차 공세도 매섭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BYD는 한국 시장 진출 1년 만인 지난 4월 초, 수입차 최단 기록으로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했다. 주력 모델인 준중형 SUV '아토3(Atto 3)'는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 후반~3000만 원대 초반이라는 압도적 가성비를 앞세워 실속파 소비자들을 흡수했다. 이어 투입된 씨라이언 7(Sea Lion 7)과 씰(Seal) 역시 테슬라의 대항마로 안착하며 BYD는 올해 1분기에만 약 35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볼보자동차는 'EX30'의 가격을 최대 761만원 전격 인하하며 3000만원대(1분기 3200대 판매)에 판매를 시작했다. 테슬라 역시 '모델 3 RWD'의 가격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며 1분기 2800대의 실적을 거뒀다. 이처럼 국내외 브랜드가 앞다퉈 내놓는 '2000만~3000만원대'의 탄탄한 라인업은 고금리·고물가 기조 속에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대중 소비층을 시장으로 대거 유입시키는 결정적 동력이 되고 있다.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서 생산 중인 콤팩트 SUV 전기차 EV3. [사진=기아]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 화재 예방법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EV 포비아' 정면 돌파·촘촘해진 충전 인프라⋯심리적 저항선 완화

전기차 구매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화재 우려와 충전 불편 등 심리적 저항선도 눈에 띄게 완화되는 추세다. 특히 '충전은 번거롭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인프라의 질적 개선이 수요 회복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기후부와 무공해차통합누리집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 누적 보급 대수는 49만476대(급속 5만5223대·완속 43만5244대)로, 전기차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10만6701대)보다 4년 만에 4배 이상 크게 늘었다. 올해 4월 현재 전체 충전기 50만기, 급속 6만기, 완속 약 44만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편의성도 개선됐다. 전국에 구축된 급속·초고속 충전기는 6만 기에 육박하며,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와 도심 거점별로 10분 내외 충전으로 200~300km 주행이 가능한 초고속 인프라가 촘촘히 들어섰다. '집밥(전용 충전기)'이 없는 공동주택 거주자들도 도심형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통해 내연기관차 주유에 가까운 편의성을 경험하게 된 점이 대중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막연한 공포감을 조성했던 'EV 포비아' 역시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화재 안전 대책에 나서며 불안감도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배터리 사전 인증제'를 본격 시행하며, 제작사가 스스로 안전을 인증하던 방식에서 정부가 직접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또 자동차 등록 시 배터리 식별번호를 별도로 등록하는 '배터리 이력관리제'를 도입해 배터리의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추적 관리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기술적 대응도 고도화됐다. 2026년형 신차들은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 열폭주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알림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고 있다. 이상 징후 발생 시 차주뿐 아니라 소방당국에 실시간으로 화재 위험 정보가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이 시범 운영을 마치고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하 주차장 화재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기술로 정면 돌파했다는 평가다.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서 생산 중인 콤팩트 SUV 전기차 EV3. [사진=기아]
대전광역시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 설치된 현대차그룹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E-pit'에서 전기차가 충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중앙 정부-지자체 정책 '미스 매치' 리스크 부상⋯"지자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자 역할해야"

국내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 정부의 실질적 전기차 구매 보조 지원금 확대 정책에도 최근 수요 급등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는 등 중앙-지방 정부간 '정책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비 예산이 확보돼 있음에도 지방비 매칭이 이뤄지지 않아 보급에 제동이 걸리는 '행정적 병목 현상'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완성차 업계의 생산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른 보조금 집행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최근 검토 중인 '국비 우선 지급 후 사후 정산' 제도와 같이 지자체의 지방비 확보 여부와 관계없이 국비를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의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아울러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보조금 액수와 지급 기준을 권역별로 표준화해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거나 인접 지역 간 혜택 차이로 발생하는 역차별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지자체별 보조금 소진으로 인해 동일한 시기에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간 형평성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지자체는 시민들이 차질 없이 보조금을 지원받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지자체의 역할을 단순한 '보조금 지원자'에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조성자'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기차 100만 대 시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구매 보조금이라는 단기적 처방을 넘어, 공동주택 내 충전 방화 시설 확충이나 공공 부지 내 초고속 충전기 설치 등 지자체만이 할 수 있는 인프라 고도화에 예산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는 거시적인 전동화 로드맵을 설계하고, 지자체는 이를 지역 특성에 맞는 현장 밀착형 인프라로 구현하는 '투트랙(Two-track)' 공조 체계가 확립될 때 비로소 자생력 있는 전기차 생태계가 안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는 내연기관차 중심의 지역 산업구조를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핵심 주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차 산업은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 실증, 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으로 가치사슬이 확장되고 있어, 지자체의 역할도 기존 생산 지원을 넘어 보다 폭넓게 확대돼야 한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구축, 실증 환경 조성, 보조금 지원 등 지역 차원의 수요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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