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오픈월드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어느 방향이든 선택해 탐험을 시작하고 메인 퀘스트를 얼마나 진행했는지와 관계없이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잠시 스토리를 내려놓더라도, 월드는 여전히 할 일을 제공해야 하고 발견할 장소, 싸울 적, 채집할 자원, 찾을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출시 83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달성한 '붉은사막'의 개발 노하우가 공개됐다. 펄어비스의 두승빈, 김현겸 신작게임디자인실장은 23일 일본 요코하마시 퍼시피코 요코하마 노스 컨벤션에서 열린 일본 최대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CEDEC에서 '붉은사막: 대규모 오픈월드 개발 프로세스 구축(Crimson Desert: Establishing Processes for Large-Scale Open-World Development)'을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회사 측은 붉은사막의 대규모 오픈월드를 구축하며 마주한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개발 프로세스를 이날 소개했다. 콘텐츠 제작 효율화, 반복 개발, 협업 체계 구축 등 대형 프로젝트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실질적인 노하우도 함께 공유했다.
![(왼쪽부터) 펄어비스의 두승빈, 김현겸 붉은사막 게임디자인실 총괄실장. [사진=게임기자단]](https://image.inews24.com/v1/0ad7fa261c0e74.jpg)
'붉은사막' 개발 서두르지 않은 이유
이날 두승빈, 김현겸 실장은 "붉은사막 개발에는 약 7년이 걸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처음부터 붉은사막을 하나의 게임 그 이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이 프로젝트가 향후 프로젝트들을 위한 기반이 되기를 원했다. 그 목표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부 도구, 워크플로우, 제작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기술과 경험이 앞으로의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이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펄어비스의 목표는 야심찼다. 붉은사막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한 트리플A 품질의 크고 생동감 있는 오픈월드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근접 전투, 설득력 있는 NPC, 퍼즐, 탐험, 풍부한 환경 상호작용을 모두 담고자 했고 나아가 오픈월드 장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했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다. 스튜디오의 역량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개발팀 규모는 약 200명에 불과했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오픈월드 게임을 개발하는 많은 팀과 비교하면 훨씬 작은 규모였다. 또한 스튜디오는 오랜 기간 MMO에 집중해온 뒤, 처음으로 대형 싱글플레이 타이틀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두승빈, 김현겸 실장은 "개발 초기부터 한 가지를 분명히 이해했다. 단순히 인력을 더 투입하거나, 모두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제약 속에서 저희에게는 확장 가능한 제작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펄어비스는 △빠른 반복 작업 △유지 보수성 △병렬 워크플로우 세 가지 핵심 원칙에 집중했다. 빠른 반복 작업은 피드백 루프를 줄이는 것으로, 초기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품질을 개선해 나가는 전체 제작 과정에서 중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유지 보수성은 콘텐츠 데이터를 유연하고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프로젝트든 개발이 얼마나 진행됐는지와 관계없이 계속 변화하기 마련이며, 콘텐츠를 변경하기 어렵거나 변경할 때마다 너무 많은 시간과 조율이 필요하다면 개발자들은 개선을 주저하게 된다.
병렬 워크플로우는 팀 간 의존성을 줄이는 것을 뜻한다. 부서 간 작업이 지나치게 촘촘하게 연결돼 있으면, 팀들은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리는 데 쓰게 된다. 이는 반복 작업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튜디오는 각 팀이 독립적이면서 병렬로 진척을 낼 수 있는 워크플로우에 초점을 맞췄다.
![(왼쪽부터) 펄어비스의 두승빈, 김현겸 붉은사막 게임디자인실 총괄실장. [사진=게임기자단]](https://image.inews24.com/v1/4a3536b9d8e3a3.jpg)
'붉은사막' 오픈월드 어떻게 채웠나
붉은사막 개발팀이 초기에 마주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오픈월드를 어떻게 채울지였다. 두승빈, 김현겸 실장은 "큰 맵을 만드는 것은 첫 단계에 불과했다. 그 공간이 의미 있고 탐험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것도 필요했다. 이를 대규모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관리 가능한 제작 방식이 필요했다"며 "우리의 해법은 월드를 레이어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개발팀은 △지형과 식생, 야생동물, 관심 지점 등이 포함된 첫 번째 '환경' 레이어 △아이템, 보물상자, NPC, 도적 캠프, 퍼즐 구역 등이 담긴 두 번째 '콘텐츠' 레이어 △교역소, 세력 노드 등을 담은 세 번째 '메타게임' 레이어로 층층이 오픈월드를 구축했다.
두승빈, 김현겸 실장은 "각 레이어에는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제작하고 배치하며 조정할 수 있는 기능들이 있었다. 각각의 요소는 단독으로 보면 단순할 수 있지만 여러 레이어가 같은 지역에서 함께 겹치면, 플레이어에게 훨씬 더 풍부한 경험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또한 "이 레이어 방식은 플레이어 경험과 제작 효율을 모두 개선했다. 모든 지역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드는 대신, 각 팀은 서로 다른 유형의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하고 조정할 수 있었다. 레이어들이 결합되면서 모든 조합을 저희가 직접 계획하지 않아도 다양성과 밀도가 만들어졌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레이어 방식의 주요 목표로는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따라가지 않아도 오픈월드가 온전히 플레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많은 게임들이 퀘스트가 플레이를 이끌고, 월드는 주로 이야기를 위한 배경으로 기능하는 것과 다른 방향의 접근이다.
두승빈, 김현겸 실장은 "물론 메인 스토리와 퀘스트도 여전히 중요했지만 특정 지역을 방문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로 퀘스트를 다루기보다는, 이미 그 자체로 흥미로운 월드를 플레이어가 따라가며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역할로 활용했다"며 "퀘스트가 맥락과 이야기의 동기, 구조를 더할 수 있지만 기반은 그 자체로 탐험할 가치가 있는 월드여야 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펄어비스의 두승빈, 김현겸 붉은사막 게임디자인실 총괄실장. [사진=게임기자단]](https://image.inews24.com/v1/31a00c7593eb9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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