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김병기 의원이 지난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6월 임시국회 3차 본회의 도중 전화를 받고 있다. 2026.6.18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188902250470a.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김병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13개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또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최근 경찰 고위 관계자는 "큰 틀에서 대부분 정리가 됐다"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나오지 않도록 "작은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중요 인물 사건일수록 경찰의 역량을 평가받는 만큼 신속성보다 엄밀성과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경찰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김 의원 사건은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수사 무마, 차남의 편입·취업 특혜, 대한항공·보라매병원 특혜, 기업 인사 압력 등 의혹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관련자도 많고 적용 법리도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11개월째 단 한 건도 송치하지 못한 상황이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김 의원 차남 의혹에 대한 첫 수사는 지난해 9월 시작됐다. 김 의원 의혹 전반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집중된 것도 작년 말이다. 경찰은 김 의원을 수차례 피의자로 조사하고 방대한 압수물을 분석했다. 그런데도 아직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경찰은 당초 입증된 사건부터 먼저 송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에는 13개 의혹을 일괄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지금 와서 분리 송치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죄가 되는 사건은 송치하고 그렇지 않은 사건은 불송치하는 판단을 한 번에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리 송치가 의미 없어질 때까지 왜 분리 송치를 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사가 오래 걸렸기 때문에 더 기다려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설명은 순환논법에 가깝다. 큰 틀에서 대부분 정리됐다면 정리된 사건부터 넘길 수도 있었다. 13건을 반드시 같은 날 처리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러는 사이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이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권 실세였다. 게다가 경찰의 과거 수사 무마 의혹까지 포함돼 있다. 동작경찰서는 2024년 배우자의 법인카드 의혹을 넉 달 만에 무혐의로 내사 종결했다. 경찰이 경찰의 과거 수사를 다시 수사하는 구조다.
그래서 수사 지연에 대한 의문은 단순한 속도 문제가 아니다. 경찰 수사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늦어지는 사이, 경찰 판단을 외부에서 실효적으로 재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까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러니 경찰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는 10월 2일 이후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오는 10월 2일부터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공소청 검사는 경찰 송치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다. 추가 수사가 필요해도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수사기관과 공소제기·유지 기관은 사건을 보는 엄밀성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당장 지금 검찰로 송치하더라도 검찰이 10월 2일까지 사건을 처분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새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대통령령이 정한 '예외 사건'만 시행 후 90일간 검사가 종전 방식으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김병기 사건이 그 예외에 포함될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령이 '예외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송치가 10월 2일 이후로 더 늦어지고 공소청이 보완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해당 경찰관에게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공소청장이나 지청장이 상급 경찰관서 또는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 사건이 중수청 관할에 해당한다면 중대범죄수사청을 지정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13개 의혹 가운데 어느 것이 중수청 수사 관할에 포함되는지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 이제 막 출범하는 중수청이 정해진 보완수사 기한 안에 이미 1년 가까이 경찰이 수사한 방대한 기록을 넘겨받아 제대로 된 보완수사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수사가 늦어질수록 증거는 흐려지고 기억은 희미해진다. 수사팀은 인사로 교체되고 제도까지 바뀐다. 수사 지연은 때로 무혐의 처분보다 더 효과적인 봐주기가 될 수 있다. 결백을 주장하는 김 의원에게도 긴 수사는 이로울 게 없다. 혐의가 없다면 경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그렇게 결론 내리면 된다.
결국 아무리 정교한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구 제도를 만들어도 최초 수사를 맡은 경찰이 이런 식이면 다른 견제 장치는 뒤늦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내란·외환과 국정농단이라는 국가적 중대사건을 다루는 종합특검조차 법이 허용한 수사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정당 원내대표를 지낸 현역 국회의원을 둘러싼 13개 의혹에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찰이 '완결성'을 이유로 내세우는 동안, 국민의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이 수사가 늦어지는 이유가 정말 사안의 복잡성 때문인지, 아니면 기다림 그 자체가 목적인가.
이유가 무엇이든, 과거 정권 실세에 대해 1년 가까이 수사를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문제다. 게다가 10월 2일 이후에는 그 답을 되짚을 기회조차 줄어든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찰은 "애정 어린 눈으로 봐달라"고 말하기 전에, 왜 이런 의심까지 자초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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