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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HBM 부족한데 공장은 왜 못 짓나…AI 반도체 '시간 전쟁'


[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HBM이 없다.”

요즘 반도체 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한 말이다. AI를 개발하고 데이터센터를 늘리려는 기업은 넘쳐나는데, 정작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원하는 만큼 구하기 어렵다.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 업체들에게 HBM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능력을 앞다퉈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물건이 부족하다고 공장을 바로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조~수십조원의 투자금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공장을 지을 땅이 필요하고,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송전망도 갖춰야 한다. 생산에 필요한 용수 확보도 필수다. 인허가와 환경 절차, 도로와 주거 등 주변 인프라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반도체 기업이 공장을 짓는 속도는 기업의 투자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가가 얼마나 빨리 공장이 돌아갈 환경을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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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지난 10일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계획은 의미가 크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의 군 기능을 2028년까지 다른 지역으로 임시 배치하고, 군공항 이전이 완전히 끝나기 전부터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와 측량, 지반조사, 부지조성 등을 선제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기존처럼 ‘군공항 이전이 끝난 뒤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순차적 방식에서 벗어나 이전과 산단 조성을 동시에 진행해 기업의 착공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 계획의 규모가 아니다. 그래서 공장을 언제 지을 수 있느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2041년까지 최종 14.7G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광주 산단 역시 2030년까지 하루 65만톤의 용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장을 짓는 것만큼 전기와 물을 제때 공급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과거 반도체 경쟁은 누가 더 미세한 공정을 구현하고, 누가 더 높은 수율을 확보하느냐에 집중됐다. 지금도 기술력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질문 하나가 더 붙는다.

“그래서 언제 만들 수 있는데?”

아무리 뛰어난 HBM을 개발해도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공급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공장 부지가 있어도 인허가가 늦고, 전력과 용수가 따라오지 않으면 생산은 시작할 수 없다.

미국과 대만, 일본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 안에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공장 숫자를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실제 제품을 출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는 경쟁이다.

한국도 이제 투자 규모만 발표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면 정부와 지자체는 그에 맞춰 땅과 전기, 물과 인허가를 언제까지 준비할 것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HBM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AI 반도체 시장 역시 언젠가는 공급과잉이나 기술 변화라는 변수를 맞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의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AI 시대의 승자는 반드시 가장 좋은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만은 아닐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반도체를 가장 먼저,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가 시장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초격차’ 구호가 아니다. 공장을 제때 짓고, 전기를 제때 넣고, 물을 제때 공급하는 실행력이다. 반도체 전쟁에서 이제 시간도 산업 경쟁력이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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