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세계 TV 시장 2위 중국 TCL이 소니와 손잡고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20년 TV 왕좌를 향한 추격에 속도를 낸다.
TCL은 올해 상반기 TV 사업 매출을 20% 이상 끌어올린 데 이어 소니의 프리미엄 브랜드 '브라비아(BRAVIA)'와 기술력을 품은 합작회사를 내년 출범시킬 예정이다. TCL의 대규모 생산·공급망 경쟁력에 소니의 브랜드와 화질·음향 기술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TV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출하량 기준으로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가운데 TCL과 소니의 연합은 프리미엄 TV 시장까지 경쟁 전선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2006년 이후 20년 연속 지켜온 글로벌 TV 시장 1위 자리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TCL전자가 지난 28일 발표한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637억6300만홍콩달러(약 11조 2273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6.4% 증가했다.
TCL전자의 순이익은 15억2900만홍콩달러(약 2692억원)로 같은 기간보다 40.2% 늘었다. TV 사업 매출도 352억4900만홍콩달러(약 6조2066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4.3% 증가했다.
TCL TV의 글로벌 출하량 점유율은 14.9%로 전년 동기보다 0.7%포인트 상승해 세계 2위를 유지했다.
TCL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소니와의 협력을 향후 TV 사업을 키울 주요 동력으로 꼽았다. 양사의 기술과 브랜드, 공급망 경쟁력을 결합하고 소니와 '브라비아(BRAVIA)' 브랜드를 활용해 글로벌 중고가·프리미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TCL 51%·소니 49%…내년 4월 출범
TCL과 소니는 지난 1월 홈엔터테인먼트 분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3월31일 최종계약을 맺고 합작사 설립을 확정했다.
합작사 지분은 TCL이 51%, 소니가 49%를 보유한다. 회사 이름은 소니의 대표 TV 브랜드를 딴 브라비아다. 이들은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관련 인허가 등을 거쳐 내년 4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새 회사는 소니의 TV를 비롯해 기업용 디스플레이와 프로젝터, 홈시어터·오디오 등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넘겨받는다.
제품 개발과 설계부터 생산, 판매, 물류, 고객서비스까지 사업 전반을 맡는다. 합작사 출범 이후에도 소니와 브라비아 브랜드는 유지되고 TCL 브랜드도 별도로 운영된다.
최종계약 이후에는 합작사 출범을 위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IT매체 IT즈자에 따르면 리둥성 TCL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 4월 소니 본사를 찾아 도토키 히로키 소니그룹 사장 등과 만났다. 양사는 제품과 공급망, 제조체계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생산기반도 재편한다. 소니가 보유한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지분 100%는 TCL로 넘어갈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 생산법인도 소니 측이 보유한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TCL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TCL은 TV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패널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과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소니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쌓아온 화질·음향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이 강점이다. TCL은 자사의 생산·공급망 경쟁력에 소니의 기술과 브랜드를 더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중국 TV 약진…삼성전자 20년 아성 흔들까
이번 합작은 중국 TV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처음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20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29.1%였다.
출하량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다. 올해 1분기 옴디아 기준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8.5%로 1위를 차지했고 TCL(14.9%), 하이센스(12.2%), LG전자(10.2%)가 뒤를 이었다. 세계 2·3위를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며 한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경쟁 무대도 중저가 제품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넓어지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니LED TV는 전체 TV 출하량의 13%까지 늘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미니LED TV 출하량 점유율 28.2%로 1위에 올라 TCL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TCL과 소니의 결합이 TV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AV 전문매체 '파일 웹(PHILE WEB)'은 합작사 발표 이후 현지에서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TCL 경영진은 이 매체에 합작사 설립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테크 플러스'(TECH+)는 "TCL이 일본을 단순한 판매시장이 아니라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성장한 TCL이 소니와 손잡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이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을 인용해 내년 TCL과 소니의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을 합하면 16.7%로 삼성전자 예상치인 16.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격차는 0.5%포인트다. 다만 이는 TCL과 소니의 예상 출하량을 단순 합산한 전망치로, 두 브랜드는 합작사 출범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