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원·달러 환율이 석달만에 190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국내 식품업계 손익계산서도 다시 쓰이고 있다. 상반기에는 K-푸드 열풍과 고환율 효과에 힘입어 삼양식품·오리온·농심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면서 하반기에는 CJ제일제당·롯데웰푸드·오뚜기 등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초 장중 155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370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7월이후 13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환율하락은 식품업체 실적에 엇갈린 영향을 준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되는 반면 밀·대두·팜유·설탕·코코아 등 원재료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기업은 원가부담을 덜 수 있다.
상반기에는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내수부진을 해외성장으로 만회하며 호실적을 냈다.
대표적인 곳이 삼양식품이다. 올 상반기 매출 1조4847억원 가운데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올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수출대금 대부분을 달러로 받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높을수록 같은 물량을 수출하고도 원화로 환산되는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오리온 역시 해외법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8239억원, 영업이익은 2980억원으로 각각 15.5%, 17.9% 늘었다. 한국법인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중국법인 영업이익이 33.7% 증가했고 베트남과 러시아법인도 각각 15.2%, 62.2%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떠받쳤다.
농심도 미국과 중국사업 호조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 1조8901억원, 영업이익 126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1.7% 증가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면서 수출기업들이 누렸던 환율효과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움직일 때마다 영업이익이 약 20억원 수준 변동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하락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의 상반기 원당·원맥·대두·옥수수 등 주요 수입 원재료 매입액은 1조원을 훨씬 웃돈다. 당시 적용된 매입 환율은 달러당 평균 1483원이다. 최근 환율 수준을 단순 적용하면 같은 물량을 확보하는데 드는 원화비용을 수백억원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반기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고환율에 따른 원가부담에도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내며 1005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하반기 환율까지 우호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원재료 수입비용 부담이 한층 낮아져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약 35억원 규모 이익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수비중이 90% 수준인 오뚜기도 팜유와 대두유 등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환율안정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식품기업 실적을 가를 핵심변수로 환율과 국제 원재료 가격을 꼽고 있다. 상반기에는 수출 확대와 고환율 효과가 실적을 좌우했다면 하반기에는 환율 하락과 원재료 가격 안정에 따른 원가개선 효과가 실적의 주요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내수부진을 해외성장으로 만회하며 좋은 성적을 냈지만 최근 환율흐름은 이들 기업에 부담요인"이라며 "반대로 원재료를 많이 수입하는 기업들은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다른 실적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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