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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은 최대, 정책은⋯"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금은 과학]


'국가적 질문 실종시대' 이젠 걷어내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재명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두고 ‘예산은 확대되는데 정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경우 △진입-검증-성장의 사다리 부재 △‘평가-학습-전환의 미연결 △성과 승계의 단절 △방향성-공공가치의 측정 공백 등 병목현상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연구개발(R&D) 혁신은 이뤄지지 않고 쌓인 문제들만 계속 반복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학의날’을 만든 지 60년이 되는 2027년을 기점으로 ‘국가적 질문의 실종시대’를 이제는 걷어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과기연전노조)이 최근 이재명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을 두고 날선 비판을 하고 나섰다. 이들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의 정책적 실패를 인정하고 졸속 추진된 ‘전략연구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과기연전노조 측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예산안과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 R&D 예산을 발표했다”며 “지난 정부의 전례 없는 예산 삭감 속에서 고통받던 연구 현장은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무너진 과학기술 생태계가 복원되리라는 기대를 품었다”고 운을 뗐다.

내년 정부 R&D 예산은 39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2% 늘어났다. 윤석열정권에서 대폭 삭감됐던 예산은 복원을 넘어 증가했는데 현실은 오히려 더 참담하다는 게 과기연전노조의 진단이다.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과기연전노조 측은 “연구 시스템의 근간은 흔들리고 미래 인재 유치와 연구역량의 핵심인 현장 연구자의 처우는 외면당하고 있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지금 대한민국 과학기술계보다 더 어울리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 예산만 쏟아붓는다고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가 담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과기연전노조 측은 PBS 폐지가 정책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부처 칸막이를 넘지 못한 채, 현장 연구자 처우의 하향 평준화와 사기 저하만 불러왔다고 전했다.

과기연전노조 측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PBS 폐지에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단일 거버넌스(국무총리실 산하 단일 거버넌스) 구조 덕분이었다”며 “반면 과학기술계는 과기정통부, 산업부, 기후부 등 각 부처가 R&D 예산 권력을 쥐고 놓지 않는 ‘부처 칸막이’를 전혀 극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실질적 PBS 폐지는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는 거다. PBS를 폐지하면서 ‘전략연구사업’을 도입했는데 졸속 추진과 연구자 처우 하향 평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기연전노조 측은 “단계적 로드맵을 팽개치고 준비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인 전략연구사업은 고유의 장기·원천 연구 체계를 붕괴시켰다”며 “기존 수탁사업(PBS)과 차별성은커녕 기관 내부에서는 기본사업과 전략연구사업이 서로의 재원을 잠식하며 연구자들의 처우를 하향 평준화하고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연전노조 관계자는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에서 예산 총액만 늘어났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현장에 대한 기만”이라며 “연구 시스템의 구멍을 메우지 않은 채 강행되는 졸속 일괄 전환을 즉각 멈추고 단일 컨트롤타워에 기반한 실질적 연구비 구조 개혁을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2027년 정부 R&D 예산안. [사진=과기정통부]

이 같은 악순환 속에 과학기술계 인력 유출과 미래 우수 과학자 영입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출연연은 대학, 대기업, 해외 연구기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처우와 보상이 크게 뒤처져 극심한 인재 유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과기연전노조 측은 “연구 현장의 허리층은 이탈하고 신진 우수 인재들은 출연연 지원을 꺼리는 등 ‘인재 공동화’ 현상이 국가 과학기술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며 “청와대 과학기술연구비서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수백 명의 연구자 앞에서 연구 현장의 열악한 처우를 공식 인정하고 개선을 굳게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사상 최대라는 이번 예산안 어디에도 현장 연구자의 처우개선은 단 1원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청와대가 ‘입에 발린’ 소리만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여러 간담회에서 청와대 관계자 등은 출연연 인건비를 총액대비 약 7% 인상을 언급했었다고 과기연전노조 측은 주장했다.

과기연전노조 측은 “공무원 처우(공무원 보수 3.9% 인상, 내년 예산에 반영)만 살뜰히 챙기고 인재 유출로 신음하는 연구 현장은 철저히 팽개치는 이중잣대에 연구자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기정통부 측은 "출연연 등 공공기관도 일괄 3.9% 인상되는 것"이리며 "다만 출연연의 안정화와 인재 영입을 위해 인센티브 도입 등 여러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깨진 독에 예산만 붓는 생색내기 행정을 멈추고 현장의 연구자들이 긍지를 되찾고 우수 인재들이 다시 모여들 수 있도록 근본적 결단과 새로운 과학기술정책 추진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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