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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10만명 줄일 때 현대차는 ‘원가 3%P’…엇갈린 생존법


관세·중국차 저가 공세에 글로벌 완성차 수익성 비상
폭스바겐·JLR은 인력 감축, 혼다는 부품비 절감
현대차, 개발·생산·조달 혁신으로 영업이익률 9% 이상 목표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쟁이 판매량 확대에서 비용 절감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담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차량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한 대를 팔아 얼마를 남기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응 방식은 엇갈린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과 생산시설 재편으로 고정비를 줄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차량 개발부터 생산·조달까지 전 과정을 손보는 원가 혁신을 택했다.

폭스바겐 본사. [사진=연합뉴스]
폭스바겐 본사. [사진=연합뉴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전 세계에서 약 5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줄이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확정했다. 이미 진행 중인 약 5만명 규모의 감축 계획을 더하면 전체 조정 대상은 약 10만명에 달한다.

미국 관세와 유럽의 생산 과잉,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겹친 결과다. 폭스바겐은 인력 감축과 함께 복잡한 조직구조를 단순화하고 투자·사업 포트폴리오도 약 3분의 1 축소할 계획이다.

독일 생산시설도 재편한다. 엠덴과 츠비카우, 하노버, 네카줄름 등 4개 공장은 2031년부터 기존 배정 차종의 생산이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폭스바겐은 후속 생산물량과 공장 활용 방안을 노조 및 지방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재규어랜드로버(JLR)도 향후 2년간 17억파운드(약 3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약 4000개의 일자리를 줄일 방침이다.

고가의 레인지로버와 디펜더를 앞세웠지만 미국 관세와 유럽 수요 부진, 중국 업체들의 시장 확대를 피하지 못했다. JLR은 인력과 조직을 줄이는 동시에 향후 5년간 전동화와 디지털 기술, 첨단 제조 분야에 150~180억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본사. [사진=연합뉴스]
혼다 브랜드 로고. [사진=연합뉴스]

일본 업체는 부품 원가를 집중적으로 손보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혼다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의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레스·단조 부품과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관련 부품 등 3개 분야의 비용을 최대 30% 줄이는 목표를 협력사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혼다는 구체적인 절감 목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협력사들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 수준으로 부품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독자 개발을 고수하던 고급차 브랜드는 중국 기술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판매 부진에 빠진 마세라티를 살리기 위해 중국 화웨이·JAC와 장기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세라티는 지난해 출하량이 8000대 아래로 떨어지고 1억9800만유로의 조정영업손실을 냈다. 외부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신차 개발비와 개발 기간을 줄일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방식과 공동개발 차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감원 없는 수익성 방어…현대차, 원가 3%P 개선

현대차는 대규모 인력 감축보다 차량의 개발·생산·조달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폭스바겐 본사. [사진=연합뉴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는 최근 열린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도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원가 절감은 차량의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추진된다. 신규 차량 개발 과정에서 플랫폼과 디자인 사양의 공용화를 확대하고 생산공정을 개선해 매출원가율을 1.5%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 등을 통한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부품 현지화 확대로 나머지 0.5%포인트를 개선한다.

차량별로 따로 개발하던 부품과 사양을 공유하면 개발비와 부품 구매비를 동시에 낮출 수 있다. 주요 시장에서 부품을 현지 조달하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도 줄어든다. 인력을 줄이지 않고도 차량 한 대당 비용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 본사.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전기 이륜차, 전기식 건설기계 등 친환경 이동수단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EV 트렌드 코리아 2026'이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기아 부스에서 EV3 GT-Line, EV5 GT-Line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기아는 가격 조정으로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올해 유럽에서 중국산 차량과의 가격 차이를 기존 20~25%에서 15~20%로 좁혔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의 유럽 시장점유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자 차량 가격과 판매 인센티브를 조정한 것이다.

다만 가격을 낮추면 판매량을 방어할 수 있는 대신 차량 한 대당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현대차·기아가 가격 대응과 함께 부품 공용화, 생산공정 개선, 현지 조달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다.

자동차업계의 승부처는 더 이상 판매 대수에만 있지 않다. 관세와 가격 경쟁을 견디면서 차량 한 대당 수익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업체들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비슷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지만 대응 방식은 서로 다르다”며 “유럽 업체들이 인력과 생산시설을 줄여 고정비를 낮춘다면 현대차·기아는 차종·부품 공용화와 현지 조달 확대를 통해 차량 한 대당 원가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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