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우섭 기자]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증권업권의 적립금이 44.9% 늘어나는 동안 은행은 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시 호황과 직접 운용 수요 확대가 증권사에 유리하게 작용한 가운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까지 앞두면서 은행의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163조336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6조3492억원(19.2%) 증가했다.
![퇴직연금 DC형 적립금 추이.[그래픽=AI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1dd9a95f655a09.jpg)
증권업권 적립금은 지난해 말 38조3052억원에서 55조5145억원으로 6개월 새 17조2093억원(44.9%) 늘었다. 상반기 전체 DC형 적립금 증가분의 65.3%가 증권업권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80조5291억원에서 88조3578억원으로 7조8287억원(9.7%)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의 29.7%를 차지했다.
주요 사업자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하다.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증권의 합산 적립금은 상반기 46.8% 증가했으나 KB국민·신한·IBK기업은행은 9.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의 DC형 시장점유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 58.8%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54.1%로 4.7%포인트(p) 떨어졌다. 반면 증권업권은 28.0%에서 34.0%로 6.0%p 높아졌다.
DC형 적립금은 기존 자산의 운용수익과 평가이익도 포함된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주가가 오를수록 적립금 평가액도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회사가 부담금을 납입하고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DC형은 금융회사별 상품 경쟁력과 투자 편의성에 따라 자금 이동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증권사는 ETF 등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반면 은행은 주문과 체결 방식에 제약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을 많이 늘려 포트폴리오 선택 폭은 넓어졌다"며 "고객들 사이에는 여전히 DC형은 증권사라는 인식이 있고, 최근에는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려는 쪽으로 선택 성향도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법 개정을 목표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도 은행권의 경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기금으로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자산배분과 운용기관 선정·관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
손재성 숭실대 교수는 "기금형에서는 전문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위탁하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며 "은행은 수탁·관리 역량이 강점인 만큼 여기에 자산운용 전문성을 더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우섭 기자(coldpla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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