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李대통령 "전쟁 파병 없다" 선 긋기⋯수송·안전 '최소한 역할' 무게


조현 외교부장관, 美국무장관 만나 의견 전달 예정 '촉각'
여권 일각·野·진보·시민 사회 반대 속 '절충형 기여'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8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8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조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놓고 전쟁에 직접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원유 수송로와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은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 관련한 질문에 "전쟁의 관여·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명백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진척된 것은 없다"며 "참여할지 여부가 최종 결정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쟁 파병은 명백히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우리 상선과 원유 수급 루트, 안전 항행 확보를 위해 프랑스·영국 등과 논의하고 있다"며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나 몰라라 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 한 바 있다.

그러나 핵심은 전쟁 참여와 국익 보호를 위한 이른바 '제한적 기여'를 어디까지 구분할 것이냐다. 이날 발언을 포함해 이 대통령이 제시해온 입장을 종합하면 일단 정부가 고려하는 기준이 보다 명확해 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나 국제사회 요구에 따라 이란과의 전쟁에 직접 가담하는 것은 피하되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과 우리 선박·국민의 안전, 원유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는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한미동맹 자체보다는 항행의 자유와 에너지 수급, 재외국민 안전을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관계 측면보다는 항행의 안정이나 에너지 수급선의 안전, 지역 교민·국민의 안전 등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방미 길에 오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방안과 관련해 국제적 협력에는 참여하되 우리 국민의 안전,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고 (미국에) 얘기할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최근 미국의 파병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구체적인 입장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우리의 기본 입장을 이미 밝혔다"며 "이란 측에서도 이에 대한 이해를 한 바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이날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파병 관련 입장 등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에 국제적 협력에는 참여하되 우리 국민의 안전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조 장관이 미국 측에 전달 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따라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전투 병력의 직접적인 전쟁 참여보다는 우리 선박 보호와 항행 안전 지원 등 제한된 범위의 군사·비군사적 기여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8 [사진=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만나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최소한의 기여' 조차 여권 내부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비전투병이라 해도 교전 당사국(이란)에서 참전으로 인정한다고 하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며 파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도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박선원 최고위원 역시 "참전에는 반대한다. 우리 국민 보호는 독자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17일) 국회 외통위에서 조차 범여권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국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군사적 검토까지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며 원칙 있는 대응을 강조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정부가 이미 파병을 결정해 놓고 흘리면서 국민 여론을 간 본다는 느낌이 있다"며 "단순히 정치적 공세가 아니고 너무 구체적"이라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 자산을 투입할 경우 이란이 이를 전쟁 참여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 국민과 기업, 선박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야당 역시 파병을 둘러싼 비판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가 파병을 검토하는 과정과 실익을 국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부가 이미 파병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설명을 요구했다.

진보 진영의 반대 목소리는 더욱 선명하다.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야4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즉각 중단하고 파병 불가를 선언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을 포함한 540여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서울 등 전국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를 가졌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125개 시민단체도 지난 15일 전남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전쟁터에 우리 군인들을 총알 받이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의 파병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 병력·자산을 파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5%, 파병해야 한다는 응답이 32%로 집계됐다.

정부로서는 미국의 동맹국 역할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렵지만, 전쟁 참여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여권 내부 반발을 포함해 여야 정치권의 입장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8 [사진=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 의원들이 17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결의안, 즉각 통과"를 주장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전쟁에는 관여하지 않되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한다'는 선을 과연 어디에 긋느냐로 좁혀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원유 수송로의 안정과 우리 선박·국민 보호라는 실질적 국익은 챙기되,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의 요구를 넘어 여권 내부 및 야권 등 정치권 반대 입장, 여론·시민 사회 단체 우려까지 포함해 우리 국민 안전 등 현실적인 제약을 동시 고려해야 하는 선택인 것이다.

호르무즈 파병 논란의 향후 쟁점도 결국 '파병하느냐, 마느냐'에서 '어떤 임무까지 참여할 것이냐'로 이동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기준과 임무 범위, 국민 안전 확보 방안 등이 향후 국회 논의 및 여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훈 기자(jjhjip@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李대통령 "전쟁 파병 없다" 선 긋기⋯수송·안전 '최소한 역할' 무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