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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항공유 막히자 유럽이 한국 찾았다…K정유사 수출길 넓힌다


9월 한국산 하루 12만9000배럴…지난해 월평균 2.6배
국내 항공유 생산 7년 만에 최대…원유 처리량도 전월比 16%↑
중동 공급 공백·유럽 가격 강세 맞물려 장거리 수출 확대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중동발 공급 차질로 항공유 확보에 비상이 걸린 유럽 시장에서 한국산 항공유가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투입량을 늘려 생산·수출 여력을 확보한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의 가격 차까지 벌어지면서 장거리 운송비를 감수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 급유를 위해 대기하는 트럭. [사진=연합뉴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 급유를 위해 대기하는 트럭. [사진=연합뉴스]

22일 정유업계와 글로벌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 등에 따르면, 유럽이 9월 들어 한국에서 수입한 항공유는 하루 평균 12만9000배럴로 집계됐다. 2022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수입 속도가 한 달 동안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약 387만배럴에 해당한다. 지난해 유럽의 월평균 한국산 항공유 수입량인 150만배럴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산 항공유의 유럽행이 급증한 배경에는 중동산 공급 공백이 있다.

유럽은 지난해 하루 평균 약 55만배럴의 항공유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 중동산이 약 30만배럴로 전체의 55%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로 기존 공급망이 흔들리자 미국과 나이지리아, 캐나다, 한국 등으로 조달처를 넓히고 있다.

한국산 수입 2.6배…중동 공급 공백 파고들어

유럽의 항공유 공급 부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는 유럽의 항공유 부족 규모가 3분기 하루 약 60만배럴에 이어 4분기에도 51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4분기 미국은 하루 1만8000배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41만9000배럴의 공급 초과가 예상된다. 유럽의 부족분을 아시아 지역의 잉여 물량으로 채우는 교역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9월 한국산 수입량은 유럽의 4분기 하루 평균 예상 부족분과 단순 비교하면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 4분기 부족분을 한국산이 그만큼 충당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한국이 유럽의 대체 공급처 가운데 상당한 물량을 공급할 역량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 급유를 위해 대기하는 트럭.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의 울산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유럽의 재고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지난 6월 초 유럽의 항공유 재고는 3800만 배럴로 미국의 9900만 배럴보다 62%가량 적었다. 당시 재고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기간도 30일에 못 미쳐 주요 항공유 시장 가운데 가장 짧았다.

유럽 최대 석유 저장 거점인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ARA)의 항공유 재고도 9월 10일 기준 45만4000t까지 줄어 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재고가 일부 반등했지만,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은 유럽 시장의 취약한 수급 여건을 보여준다.

한국 생산 7년 만에 최대…수출 여력 확보

한국은 유럽의 공급 공백을 파고들 수 있는 생산 기반을 갖췄다.

국내 항공유 생산량은 지난 7월 1389만배럴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44만8000배럴이다. 같은 달 항공유 수출량도 3년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 급유를 위해 대기하는 트럭. [사진=연합뉴스]
항공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생산 확대를 뒷받침한 것은 정제설비 가동 회복이다. 국내 정유사의 하루 원유 처리량은 지난 4월 218만배럴에서 5~6월 240만배럴 이상으로 늘었고 7월에는 270만배럴까지 올라섰다.

4월보다 약 24%, 6월보다 16% 증가한 수준이다. 원유 투입량이 늘면서 항공유 생산과 수출에 활용할 수 있는 물량도 확대됐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 항공유 시장의 주요 공급국이다. 지난 5월 한국의 항공유 수출량은 867만~946만배럴로 전월보다 36% 증가했다. 올해 들어 한국산 항공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입량의 30%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7%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9월 유럽행 물량을 월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7월 국내 전체 항공유 생산량의 약 28%에 해당한다. 생산 시점과 수출 시점이 달라 이를 실제 수출 비중으로 볼 수는 없지만 유럽행 물량이 국내 월간 생산량의 4분의 1을 웃도는 수준까지 커졌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가격차가 장거리 운임 상쇄…반복 거래 가능성

유럽의 공급 부족으로 현지 항공유 가격이 아시아보다 강세를 보이는 점도 한국산 수출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럽까지 항공유를 운송하려면 긴 운송 기간과 높은 선박 운임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두 시장의 가격 차가 물류비보다 커지면 국내 정유사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유럽행 물량이 꾸준히 유지되면 국내 정유사들은 아시아와 미국에 집중됐던 항공유 수출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 유럽의 공급 부족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산 항공유 수출이 일회성 긴급 공급을 넘어 반복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임스 노엘베스윅 스파르타커머디티 원자재 부문 대표는 “유럽의 항공유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입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지역의 공급이 정상화되거나 유럽과 아시아의 가격 차가 좁혀지면 장거리 수출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 있다. 한국산 항공유가 유럽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지는 공급 차질의 지속 기간과 운임, 지역별 가격 차에 달릴 전망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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