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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과 길어진 협상…HBM4가 바꾼 삼성전자 파운드리 셈법


CES서 시작된 2나노 협상 9개월째…가격 조건 놓고 줄다리기
빅테크 수주에 HBM4 베이스다이까지…"예전처럼 싸게 받을 이유 없어"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퀄컴의 2나노 파운드리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9개월 가까이 협상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가격과 조건을 둘러싼 양사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글로벌 빅테크의 첨단공정 물량과 고대역폭메모리(HBM)용 베이스다이 주문을 확보하면서 과거처럼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계약까지 서둘러 받아들일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진=연합]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오전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퀄컴 최대 연례 행사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사진=안세준 기자]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퀄컴은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2나노 위탁생산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가격 등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보이며 아직 최종 계약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이 가격을 비롯해 높은 수준의 조건을 요구하는 반면 삼성전자도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퀄컴과 협상이 상당히 오래 진행되고 있는데 결국 가격 등 조건이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 파운드리도 최근 수주가 잘되고 있고 HBM4 베이스다이 물량까지 많아 굳이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계약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사의 협상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이다. 당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2나노 파운드리 협상을 진행 중이며 상용화를 위한 설계 작업도 마쳤다고 밝혔다.

이후 4월 아몬 CEO가 방한해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과 만나면서 업계에서는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협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외신에서도 삼성전자와 퀄컴의 2나노 계약이 가격 협상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퀄컴이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가격 조건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배경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 환경의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165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글로벌 빅테크의 AI·고성능컴퓨팅(HPC)용 물량을 잇달아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복수의 대형 기술기업과 2나노 수주를 협의하고 있으며 추가 계약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첨단공정 수요가 늘면서 가격 정책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4나노 공정의 신규 주문 가격을 올렸고 5나노와 8나노 공정 가격도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첨단공정의 인상 폭은 10~15%에 달했다.

과거 삼성 파운드리는 낮은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파운드리 사업은 공장을 비워두는 것보다 일정 수준의 가격을 낮추더라도 물량을 확보하는 편이 손실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수율이 개선되고 대형 고객의 주문이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정된 생산능력을 수익성이 더 높은 고객과 제품에 배정할 수 있어 가격 협상에서도 이전보다 강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진=연합]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퀄컴의 선단 공정 관련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사진=챗GPT]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과 상업 출하를 시작했으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용 공급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4와 SOCAMM2의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만 반도체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4나노 파운드리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HBM4 베이스다이에 할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밀려드는 HBM4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4나노 생산능력 확대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 물량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4나노 쪽은 상당히 빠듯한 상황"이라며 "파운드리도 이제 수익성이 많이 올라온 만큼 과거처럼 가동률을 채우기 위해 낮은 가격의 주문까지 받을 필요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정상화를 위해 부문장의 역할도 나눴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글로벌 고객과의 신뢰 회복과 수주 확대에 집중하는 가운데 남석우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공정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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