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매년 반복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산란계 대량 살처분과 계란 수급 불안을 줄이기 위한 ‘AI 백신 접종’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이 인체 감염 예방과 방역을 위한 다부처 공동연구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데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도 공동연구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경기도 화성시 갑)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최근 송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AI의 인체 감염 예방과 방역을 위한 ‘선제적 원헬스(One Health) 다부처 협력연구’ 필요성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다부처 공동연구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산란계 AI 백신 도입을 둘러싼 관계부처 간 협력 논의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송 의원은 올해 들어 인수공통감염병인 고병원성 AI의 산란계 백신 도입 방안과 관련해 질병관리청과 농식품부에 수차례 공식 입장을 요구해 왔다.

산란계 AI 백신 접종은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살처분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돼 왔지만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과 백신 접종 이후 방역체계 변화, 인체 감염 위험 등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방역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최근 산란계 농장의 AI 발생과 살처분 규모가 크게 늘면서 백신 도입 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예방적 살처분 반경을 기존 3㎞에서 500m로 축소하는 등 차단방역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2023-2024절기 267만 마리에서 2024-2025절기 483만 마리로 증가했다. 2025-2026절기에는 1,134만 마리가 살처분돼 전체 사육두수의 13.7%에 달했다.
특히 2025-2026절기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AI 62건 가운데 절반인 31건이 산란계 농가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계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특란 30구 소비자가격이 8,000원에 육박하는 등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농식품부도 AI 백신 접종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농식품부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H5N1 500만 회분과 H5N3 500만 회분 등 모두 1,000만 회분의 항원뱅크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 감염된 닭과 백신을 접종한 닭을 구별할 수 있는 DIVA(Differentiating Infected from Vaccinated Animals) 진단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만 AI 백신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전담 연구 인력은 연구관 1명과 연구사 2명 등 3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부처 공동연구가 본격화할 경우 백신 효과와 안전성 검증,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방역체계 구축 등을 담당할 전문인력과 관련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축전염병 방역에서 백신 접종으로 정책을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구제역이 꼽힌다.
백신 도입 이전인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 3,748건이 발생해 약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방역 등에 약 2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후 전국적인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구제역 발생과 살처분 규모는 2014년 188건·17만 마리에서 2017년 9건·1,400마리로 감소했다.
송 의원은 산란계 AI 백신 도입 역시 농가 피해와 국민 보건, 식품 수급을 함께 고려하는 ‘원헬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산란계 AI 백신 접종은 농가의 생존권 보장은 물론 인수공통감염병 차단과 국민 보건 안전이 복합적으로 걸린 사안”이라며 “질병청과 농식품부가 원헬스 다부처 연구에 뜻을 모은 만큼 ‘민·관·학·연 AI 백신 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백신 상용화와 상시 접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백신 연구와 방역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인력과 예산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이윤 기자(uno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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