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고 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에 나섰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이번 조치를 자체 회생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라기보다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위한 시간확보 차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오는 9월4일까지 회생계획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만큼 핵심점포 매각과 비핵심점포 정리를 병행하는 '투트랙 구조조정'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이 내린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즉시항고 기간내에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할 경우 기존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메리츠금융그룹이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2000억원 규모 DIP 금융지원을 결정하면서 회생절차 재개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법원이 회생절차를 재개하더라도 홈플러스에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회생절차가 재개될 경우 홈플러스는 오는 9월4일까지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가결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2000억원 확보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자금이라기보다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기 위한 '마중물'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홈플러스측은 상품공급 정상화와 영업회복을 통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시선은 냉담하다. 회생절차 진행과정에서 협력업체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일부 점포에서는 상품수급 차질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도 역시 이전수준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인해 IB업계에서는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핵심요소가 결국 M&A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추진 이후 일부 투자자들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다만 과거 홈플러스 통매각 시도가 무산된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는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수익성이 높은 핵심 자가점포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재산정해 일괄 매각하고 비핵심점포는 순차적으로 처분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 영업자체보다 도심권 핵심점포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홈플러스 역시 과거 연간 5~6개 수준의 점포를 매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자산 유동화작업 자체는 실행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수는 채권변제와 고용문제다. 홈플러스 공익채권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산매각이 전제될 경우 채권변제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과 관계인들이 이를 실현가능한 회생계획으로 인정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대규모 점포정리가 수반될 경우 고용안정 문제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인수자가 부동산 가치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등 규제완화 움직임이 홈플러스 매각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유통규제가 완화되면 홈플러스의 M&A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라며 "통매각은 어렵겠지만 경쟁사들이 일부 우수점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동안 MBK는 홈플러스 매각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홈플러스가 몸집을 줄이고 매각가격을 현실화해 인수 매력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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